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계대출 시장 지각변동

고토회복 진용 구축… '공룡 KB의 귀환'<br>주택대출서 두달새 2조 독식… 우리銀 등은 전세대출로 맞불


한동안 잠잠하던 가계대출시장이 부동산경기 침체의 와중에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른바 '디마케팅(축소영업)'으로 일관해온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부문에서 최근 두달 사이 2조원에 가까운 수요를 독식하며 시장구도를 바꿔놓고 있다. '공룡의 귀환'인 셈이다.

국민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역성장에 빠져 있는 일부 은행들도 전세시장 등을 통해 대출확대를 시도, 하반기 가계대출시장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기침체 속에서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경쟁이 부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1조5,745억원으로 두달 만에 2조2,046억원이 늘었다. 증가액 중 2조1,871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특히 부동산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돼 '거래절벽'의 기운이 감돌았던 7월 한달 동안에도 7,662억원의 주담대 잔액이 늘었다.

국민은행이 새로운 지휘체제를 이제 막 안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은행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크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잘하는 분야(가계대출)에서 승부를 걸겠다"며 '고토회복'을 전면에 내걸었는데 시장에서는 이른바 '임영록 효과'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2조원 가까이 잔액이 급증할 정도로 가계대출의 강자로 군림했던 우리은행은 최근 두달 사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7월 말 현재 주담대 잔액은 49조3,398억원으로 5월 말보다 1,616억원이 줄었다. 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의 영역을 접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인데 최근 우리금융 계열사의 인사 지연 등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이 각각 2,892억원, 907억원 등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련기사



국민은행의 '세 불리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나머지 은행들도 바빠졌다. 특히 최근 가격급등으로 활황기를 맞은 전세대출이 주된 격전지가 되고 있다.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51주 연속 상승했는데 은행들의 전세대출 잔액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인하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시장은 결국 은행 간 빼앗아먹기 싸움이어서 금리를 낮춰서라도 전세대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