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中企불공정 관행 근절을"

주물제조업체 2차 납품중단 돌입·해결 돌파구 없나<br>대기업들 임금부담등 中企전가 말고 양보자세 필요<br>中企 "대기업 협상조차 거부·정부가 적극 나서야" 주장<br>"납품가 연동제, 실행 힘들고 부작용 많아 신중 도입" 지적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17일 대기업과 단가협상 결렬을 이유로 2차 납품중단에 돌입했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 주물단지 한 업체에서 생산된 주물품이 납품되지 못한 채 공장 마당에 쌓여 있다. /인천=류효진기자

“원자재 납품가격 연동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중소 주물제조업체들이 17일 2차 납품중단에 들어간 데 이어 레미콘업계가 19일 대기업 납품거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납품단가 갈등해결 방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전무후무한 원자재가격 급등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인 조정이 돼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납품단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재 납품가격 연동제에 대해 ‘부분적으로’,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자재 납품가격을 연동할 경우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리하게 법을 동원해 시장을 왜곡시키기 보다, 오래 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관행이 더 문제=이번 납품단가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가격. 하지만 업계는 그 바탕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꽈리를 틀고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납품계약시 계약서 상에 원자재 공급가격의 변동에 대한 탄력 폭을 두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이사는 “대기업의 경우 임금상승에 따른 과중한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에게 단가인하 등의 형태로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응능력이나 융통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보다는 강자의 입장에 있는 대기업이 먼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업계에선 대기업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선 정부가 반드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인지역 주물업체 조일공업의 김유성 사장은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협상 테이블에 조차 마주 앉으려 하지 않는다”며 “을에 입장인 중소기업에게 힘을 실어줄 것은 정부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도 “일부 학계 인사들이 이번 기회를 업계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최근 원자재값 급등은 기술력으로 흡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회는 ▦원자재가-납품가 연동제 ▦원자재가 사전예시제 등을 도입하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으며, 중기중앙회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연동제 부분적 도입으로 부작용 최소화 해야=하지만 원자재가-납품가 연동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원자재가 갈등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원자재가격과 같이 예측이 불가능한 외적환경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을 법으로 묶어버리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특히 원자재가-납품가 연동제의 경우 모든 원자재에 적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어떤 산업의 어떤 품목을 연동 시킬 것인가 정하는 문제도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현덕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특정 산업분야의 핵심 원자재만 극히 제한적으로 원가연동제를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제품 성격이 모두 다르고, 부품이 단계마다 모두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값이 오르는 모든 원자재를 연동제로 묶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연동제 실행 자체가 비현실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많게는 5차에까지 이르는 협력업체들 간에는 제품의 기술력, 생산성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계기업은 한국의 부품업체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굳이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의 경우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납품 받는 대기업이 각각 객관적인 가격지표를 들고 납품단가를 협상하는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 경제단체와 연구기관이 객관적인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주요 원자재의 경우 납품가에 반영돼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산정해 낸다면, 공급자와 수요자가 이 수치를 들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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