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보이지 않게 진행된 두산 경영권 '암투'

`형제의 난'으로 페놀사건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이 22일 박용오 전 회장을 전격 ㈜두산과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등 사태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은 그룹 회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찰 수사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두산그룹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이 박용성 회장 등 다른 형제들과 등을 돌리게된 것은 박 전 회장이 큰아들 경원씨를 위해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해 소유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두산산업개발 분리소유 독립이 박용곤 명예회장 등 가족들의 반대로 좌절된 데다 두산의 4세대로의 지분 이동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소외되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이 오랫동안 누적돼 박 전 회장이 `검찰 투서'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형제들은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간 갈등이 표출되기 직전인 15일 두산산업개발이 소유하고 있던 ㈜두산 주식 중 200만주를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에 각각 150만주와 50만주씩을 넘긴 것도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시 두산산업개발은 ㈜두산 주식 200만주를 두산중공업이 최대주주로 돼 있는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에 넘겨줌으로써 사실상 두산중공업이 그룹내 지배력을강화하고 두산산업개발의 ㈜두산에 대한 지분율은 종전 22.9%에서 12.8%로 크게줄어들었다. 당시에는 박용성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분 이동으로 해석됐지만, 달리 생각하면 박 전 회장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두산산업개발의 그룹 내 장악력을약화시켜 박 전 회장의 갑작스런 공격으로부터 그룹을 방어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편 두산그룹이 1월 박 전 회장을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선임한 배경도 관심거리다. 작년 말부터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주장하며 형제들과 갈등을 겪었던 박전 회장을 오히려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선임한 배경이 언뜻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당시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대표이사를겸직하겠다고 강력히 요구한 데다 박 전 회장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당시 박 전 회장과 갈등을 겪고 있던 형제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전 회장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줬으며,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긴 것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편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대표이사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두산그룹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 지분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겨 자신의 회사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박용오 회장이 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박용성 회장 체제로 결정된 지난 18일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매우 험악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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