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벌어진 제1국때는 보이지 않던 서봉수9단이 왔다. 그저께는 왜 안 왔느냐니까 중국문화원이 어딘지 몰라서 못 왔다며 멋쩍게 웃는다. 수순을 주욱 확인하더니 그가 하는 말. “일단 목에 칼이 들어왔구먼. 이렇게 되면 구리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지.” 그가 늘 하는 말이 이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오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마가 위험한데도 아무렇게나 두다가 정말로 대마를 몰살당하는 아마추어들에게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3분쯤 생각하고 구리는 81로 고개를 내밀었다. “차단할 수가 없어요. 그걸로 쉽게 살았습니다.” 김성룡이 단언한다. 봉쇄하려면 참고도1의 백1로 막아야 하는데 흑2 이하 14로 간단하게 살아 버린다. “구리 녀석. 수읽기가 세군.” 서봉수가 말하자 김성룡이 그 말을 받는다. “세지요. 당대 일류일 겁니다. 컴퓨터 같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적진을 그대로 주파해 버리지요.” 백84는 일종의 떼쓰기. 그러나 흑의 응수가 그리 쉽지만도 않다. 복잡하게 싸우다가는 좌변의 흑대마에 어떤 영향이 끼쳐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흑87은 강경책. 참고도2의 흑1로 막고싶다는 것이 검토실의 공통된 견해였으나 구리는 약간의 위험 부담을 각오하고 잡으러 가는 길을 택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