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글로벌K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 길을 찾다

수십차례 피치 거듭…조언 쏟아져<br>투자자ㆍ현지 벤처 통해 시야 넓힌 기회


“2주간 배운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동안 만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죠. 그게 이번 일정의 최대 수확인 것 같습니다.”(김재현 클래스팅 최고디자인경영자)

“새로운 경험이었죠. 영국에서도 스타트업을 하는 또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구요.”(정의형 피그트리랩스 대표)”


피그트리랩스ㆍ노리ㆍ말랑스튜디오ㆍ클래스팅ㆍ브레인가든ㆍ프로그램스(사진) 등 6개 스타트업 팀은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영국 런던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방송통신위원회ㆍ한국인터넷진흥원(KISA)ㆍ구글코리아가 주최한 ‘글로벌K스타트업’에서 수상하면서 런던ㆍ실리콘밸리 탐방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관련기사 11월 8일자 15면ㆍ14일자 2면

이들은 정보기술(IT) 업계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이들을 만나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는 점을 최대 수확으로 꼽았다. 어림잡아 200명 이상의 벤처투자자들과 멘토, 현지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수십 차례씩 거듭했던 피치(Pitch)는 특히 좋은 기회였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대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한 클래스팅 팀은 다양한 멘토들로부터 “교사ㆍ학생ㆍ학부모 중 어느 층을 우선 겨냥해 서비스를 확대해나갈지 명확히 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면서 영어 단어를 외울 수 있는 브레인가든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복잡해 좀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 시야를 넓힐 기회도 얻었다. 스스로 수차례 창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K스타트업팀과 만난 애덤 브링겔 츠모비(Tsumobi) 창업자는 “투자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기보다는 이용자들의 만족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제품에 신경쓰다 보면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란 이야기다. 엔웨이게임즈(nWay Games)의 김태훈 대표는 “특히 한국에선 인맥을 만들어나갈 때 유명인사들과만 친해지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보다는 여러분이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도와주려는 이들과 가까워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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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쿠팡, 그린카, 이음, 판도라TV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알토스 벤처스’의 호 남 제너럴파트너는 좀 더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시장도 이미 충분히 크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비용과 시간과 에너지를 분산하기보다는 한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이 규제가 많아서 실리콘밸리 진출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리콘밸리라고 더 쉬우리란 보장은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스레숄드 벤처스의 조나단 베어 매니징 디렉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혼자서만 발전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서 지적받고 개선하라”고도 주문했다. 스텔스 전투기처럼 안 보이게 숨어있는 ‘스텔스 모드’를 고집하지 말고, 다른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개선해야 더 좋은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는 유일무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6개 팀은 이번 일정을 통해 보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블루시드’와의 만남이 대표적이었다. 블루시드는 미국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운 전세계 스타트업들을 위해 실리콘밸리 앞바다에 대형 크루즈를 띄우고 스타트업들을 입주시킨다는 골자의 프로젝트다. 맥스 마티 블루시드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황당한’ 사업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글로벌K스타트업 참가자들은 이 같은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환경에 대해서 부러움을 표시했다.

스탠포드대에서 진행된 멜린다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 의장의 강연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멜린다 게이츠 의장은 IT가 아닌 자선활동에 대해 강연했지만, “기존의 자선활동과 다르게 접근해 더 효과적으로 최빈국의 여성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한 브레인가든 대표는 “이렇게 스탠포드에 와서 멜린다 게이츠의 강연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K스타트업 참가팀들은 마운틴뷰의 구글 캠퍼스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자동차 전시장, 컴퓨터 역사박물관,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플러그앤플레이’ 등을 방문했다. 방통위와 KISA, 구글코리아는 앞으로 글로벌K스타트업을 연례행사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일정에 동참한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글로벌K스타트업 팀들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그 자체를,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확신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느리고 꾸준하게 (각자 목표를)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 인맥을 넓혀나갈 게 아니라 실제로 꾸준히 만남을 갖고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런던과 실리콘밸리에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받은 조언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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