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바닷가 간이역의 한적한 맛은 이제 덜하지만 소나무와 벤치, 그리고 철길 옆 손에 닿을 듯한 바다만 쳐다보고 있어도 그저 좋다. 겨울의 끝과 봄의 처음이 만나는 때를 맞아 겨울바다의 체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찾은 정동진. 파도와 갈매기 소리, 때마침 지나가는 열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있으면 벌써 10여년 전 브라운관을 휩쓸고 지나갔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과 함께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 곳까지는 신기(?)하게도 무예의 고수나 터득할 수 있는 ‘신공(神功)’을 익혔다는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VGT’가 함께 했다. 이 차는 지난 2004년 출시와 함께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스포티지를 VGT엔진(전자식 가변용량 터보차저 적용)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모델. 첨단기술에 어울리지 않게 무협과 만화를 접목시킨 코믹성 CF로 화제를 모았던 스포티지VGT가 갖고 있다는 신공은 그러나 완전히 허무맹랑하지는 않았다. 먼저 축지법을 쓰듯 힘차고 빠르게 달린다는 뜻을 가진 ‘축지 주행 신공!’. 기존 스포티지에 새로운 심장(VGT)을 이식했다는 스포티지VGT의 주행감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강릉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에 잔뜩 힘을 주는 순간 놀라운 가속력을 발휘하면서 어느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달린다. 제한속도를 벗어나 무제한 질주를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겨났다. 강릉을 거쳐 안인진에서 정동진에 이르는 10여㎞의 해안도로에서도 수많은 굴곡과 언덕을 만났지만 엔진소음은 종전 모델에 비해 더욱 줄었고, 진동도 작아져 안정감이 넘쳤다. 스포티지 VGT가 가진 두번째 신공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여심흡수 신공!’. 집에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에 앞서 바라본 이 차의 첫 인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일단 강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독특한 휠 아치를 곁들인 개성 있는 옆 모습과 지붕에서부터 후미등까지 이어지는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은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도 저절로 곁눈질을 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다부진 체격과 세련된 얼굴을 함께 갖춘 모습이다. 연비도 더욱 좋아졌다. 300여㎞를 달려도 주유계의 눈금이 반도 안 줄어든다. 리터당 15.2㎞ 수준의 연비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더 할 수 없는 매력이다. 스포티지 이전의 모든 SUV를 마치 한 수 아래로 내려다 보듯 자신 있게 내세운 ‘다 줘도 안 바꾼다’는 광고카피처럼 어느 모델과 상대해도 이길 수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