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선」 운송 연 3백90억 절감/짐실은 차 배에 올라 하역… 시간·인력 70∼80% 줄여경남 통영시 남도동 소재 신아조선소. 길이 1백m가 넘는 중형급 배가 바다에 떠 있다. 조선소 직원들이 갑판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에 한창이다. 뱃머리에는 「광양리더」라고 쓰여 있다. 포항제철의 로로(RORO)선을 만들고 있는 현장이다. 포철은 물류난을 해소해 불황탈출과 경쟁력확보라는 목표에 도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철강업체의 가장 큰 숙제는 물류비 절감이다. 「물류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철의 지난해 물류비는 전체 매출액의 10.5%. 이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91년에는 12.8%였다. 포철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물류비를 1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지난 93년에 이미 물류비비중이 9% 이하로 떨어졌다.
포철이 물류비를 대폭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로로선이다. 로로(roll on roll off)선이란 승용차를 탄 채 승선하는 카페리의 개념을 화물 해상운송에 도입한 것으로 화물트럭이 선박의 앞이나 뒤에 마련된 받침대를 통해 배에 올라가 짐을 부린다. 화물트럭과 짐이 규격화돼 있어 크레인같은 별도설비가 필요없다. 기존 수송선이 선적에 평균 36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로로선은 7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역작업도 3명이 10명의 몫을 해낸다.
전용부두를 지어야 하고 새로운 규격의 장비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만 빼면 로로선은 포철의 경쟁력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다. 포철은 오는 10월까지 포항·광양·마산·아산 등에 전용부두를 만들어 내년 10월까지 모두 6척의 로로선을 투입할 계획이다.
포철 물류팀의 문성식팀장은 『육송을 해송으로 전환하면 톤당 8천원 가량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로로선의 경우 일반수송선에 비해 하역효율이 크게 높아 연간 3백90억원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로선을 설계한 광양선박의 소중현상무는 『로로선 6척이 모두 투입되면 26톤 트럭 12만6천9백대를 대체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교통적체에 걸리거나 도로를 파손할 우려 없이 효율적인 물류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상무는 『로로시스템이 완성되면 선적이나 하역에 필요한 연간 작업인원 2만5천명을 대체해 인건비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포철의 물류투자는 이처럼 국내에서는 단연 앞서가지만 외국과 비교할 때 빠른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지난 60년대부터 물류를 「제3의 이익원」으로 판단, 물류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94년말 현재 미국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는 7.7%, 일본은 8.8%였다. 우리는 14.3%로 두배 가량 많다. 그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포철은 물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버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멀리 보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는 포철의 도전정신이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통영=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