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나름대로의 성공 노하우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동양경제」는 최근호(23일자)에서 소매업체의 성공법칙으로 세가지 「E」를 꼽았다. 일본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소매업체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3E」란 즐거움(ENTERTAINMENT)과 경제성(ECONOMY), 종업원 제일주의(EMPLOYEE SATISFACTION). 최근 영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E-COMMERCE)는 뜻밖에도 3가지 원칙에서 배제됐다. 소매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여전히 「점포의 힘」이라는 얘기다.◇즐거움을 주는 점포(ENTERTAINMENT)= 책과 잡화를 취급하는 「빌리지뱅가드」 점포의 가장 큰 특징은 「어수선함」. 천정에 닿는 책장에는 각종 책이 빽빽히 꽂혀있고 두서없이 배열된 진열장에는 잡화가 쌓여 있다. 심지어 소파위에 상품을 진열하기도 한다. 책장 상단에 꽂힌 책을 빼기 위해선 고객이 사다리를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도쿄 오다이바 지점의 후쿠나가 츠요시(福永剛)지점장은 『고객들이 가게 안을 산책하면서 재미있는 물건을 찾게 한다는 취지』라며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내부 배치도 매일 바꾼다』고 설명한다.
「재미」를 추구하자는 의도가 맞아떨어져, 빌리지뱅가드는 86년 1호점을 낸 이래 현재 전국 65개 점포에서 5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제법 큰 업체로 성장했다. 오는 2002년에는 100억엔의 매출과 주식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싼 것이 최고(ECONOMY)= 25~40세 여성복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전문 할인점 「시마무라」는 지난 상반기중 964억엔에 달하는 매출고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고객 수도 21%나 늘었다. 저녁 때만 되면 점포 앞에는 중년 부인부터 젊은 부부까지 손님이 줄을 잇는다.
고객들은 같은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시마무라를 찾는다. 이 곳에 구비된 상품의 평균 가격은 900엔선. 일반 대형 할인점에 비해 10~20% 정도 싼 값이다. 대신 다른 옷가게와 달리 직원의 도움없이 직접 옷을 골라야 한다.
『가격 인하의 요령은 사내 운영 코스트를 낮추는 일』이라고 후지하라 슈지로(藤原秀次郞) 사장은 설명한다. 각 점포 운영을 획일화하고 직원이 고객 응대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600개 매장을 갖춘 시마무라는 향후 5~6년새 점포 수를 1,0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손님도 행복하다(EMPLOYEE SATISFACTION)= 『「고객 제일주의」가 기업을 망친다』
얼핏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고객 제일」이라는 선심성 발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게 대규모의 헌책방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카모토(坂本) 사장의 생각이다.
그가 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직원 제일주의」. 직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결국은 고객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모든 사원이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사카모토 사장이 운영하는 「북 오프」는 그래서 직원과 사장과의 만남이 잦다. 웬만한 권한을 각 점포에 이양하는 것도 이때문. 사장과 지점장은 손이 닿을듯 말듯한 60㎝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