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앞두고 에너지 공기업의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는 지난 2008년 이후 원가보다 싸게 에너지를 판매하면서 이미 16조원의 '외상'을 깔았다. 하지만 공공요금발(發)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큰 폭의 요금인상을 주장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2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3월 말 3조8,000억원에 달하던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달 3조9,000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미수금은 과거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들여온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면서 쌓인 일종의 외상채권을 말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조치를 내렸고 이 바람에 2009년에는 미수금이 5조원까지 쌓였다. 이후 요금인상과 함께 지난해 국제가스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원료비 연동제로 복귀하면서 올해 초에는 미수금이 3조8,000억원대로 줄었다 5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가스원가 이외의 미수금 해결을 위한 정산단가 조정에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어 난감하다"며 "당초 오는 2013년까지 미수금을 회수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조만간 '전기요금 로드맵'을 확정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전의 부채를 해결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전은 그동안 공공요금 동결과 원가보다 낮은 판매가로 부채가 2007년 말 21조원에서 지난해에는 33조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49%에서 80%로 치솟았다. 원가연동제를 하지 않는 한전의 경우 현재 원가 대비 86%에 그치는 전기요금에 따른 차액은 모두 부채로 잡히고 있다.
결국 2008년 이후 정부가 에너지요금을 묶어두면서 발생한 가스공사의 미수금(3조9,000억원)과 한전의 부채 증가분(12조원) 등 16조원가량이 앞으로 요금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이 갚아야 할 외상이 된 셈이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정부가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요금을 워낙 싸게 공급하도록 하는 바람에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과소비를 방지하고 미래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요금 현실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