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조세피난처와 불법거래 혐의기업 8월부터 본격 조사

관세청, 유출자금 급증따라 '비자금 조성 목적' 의혹도<br>62개국과 외환거래 2,552억弗 실제 수출입 실적의 2배 육박



관세청이 금융위기 이후 '조세피난처(Tax Haven)'로 빠져나가는 국내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고 이들 국가와 불법으로 거래하는 '우범기업'을 선별, 오는 8월께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특히 영국의 경우 국내 기업의 실제 수출입 물량보다 수출입 외환거래액이 10배 가까이 많아 정밀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작업은 국세청이 최근 5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 현지법인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세피난처로 나가는 상당한 금액은 불법 외환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보여 비자금 조성과 탈세를 목적으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현상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이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정한 이력이 있는 국가 등을 대상으로 분석해 내놓은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대외거래 현황분석' 자료를 보면 62개 국가와의 수출입실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1,382억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입실적의 16%에 그쳤다. 반면 수출입거래에 수반한 외환거래 규모는 2,552억달러로 전체 수출입 외환거래 규모의 28%에 달했다. 조세피난처와의 수출입실적이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30%에서 지난해 16%로 줄었지만 외환거래 비중은 20%에서 28%로 늘었다. 이는 수입실적에 비해 수입대금 지급액이 지나치게 많은 탓으로 물건은 없는데 돈만 해외로 빼돌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난해 조세피난처에서의 수입신고는 428억달러였지만 수입대금 지급액은 1,317억달러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영국(32%), 싱가포르(29%), 홍콩(16%)과의 거래가 조세피난처 전체 외환거래의 80%에 가까웠다. 이들 국가는 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정한 적은 없지만 국내 학술서적을 근거로 조세피난처에 포함시켰다. 영국의 수출입은 88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외환거래 비중은 828억달러에 달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밀점검을 벌일 계획"이라며 "영국을 통해 다른 조세피난처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기로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 대규모 자금이 조세피난처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총 해외투자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지만 조세피난처 투자는 30.4% 증가했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대기업의 직접투자 신고규모는 83억달러로 조세피난처 전체 투자의 89%를 차지했다. 최근 재벌닷컴 자료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해외 계열사 중 조세피난처에 있는 계열사가 231개로 전체의 12.7%에 달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5월께부터 우범기업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일 예정"이라며 "2~3개월간의 분석을 거쳐 혐의가 있는 기업은 8월께부터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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