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이 힘 쓰는 세기, 잘 살기 위해서는 더구나 ‘큰 시장’이 필수다. 불과 십수년 전 인구 폭발에 아우성이더니 이젠 줄어서 난리다. 인구 규모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시대, 각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고령화의 직접 원인인 지구촌 인구 감소 문제를 글로벌 시각으로 짚어본다. 지난 14일 마침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단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땅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서다. 사람수 증가에 따른 부작용보단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 동력의 상실이 전세계적으로 더 부각되는 문제다. 이 시대 최대 고민인 고령화와 동전의 양면적 개념인 인구 감소를 어떻게 막을까. 특히 선진권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해결책은 난망이다. 지구촌 미래에 관한 각국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세계 변화의 핵심 요인 가운데도 으뜸, 바로 인구문제다. ▦인구 규모가 바꿔가는 세계경제안보지도=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구성이 변하면 한 나라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바뀌게 된다. 국가 간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많은 나라들에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지만 특히 인구 감소의 정도로 보면 앞으로는 후진권이 선진권에 비해 경제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비OECD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 최근 급부상하며 세계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는 ‘브릭스 4국’의 공통점이 세계적인 인구 대국(중국 1위 인도 2위 브라질 6위 러시아 8위)들이란 점은 우연히 아니다. 문명의 충돌을 예견한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오는 2025년쯤이면 세계 이슬람교도가 기독교 인구수를 추월, 기독교를 상징하는 서구와 충돌하고 종교 갈등이 심화되며 이에 따른 극심한 지역 분쟁을 경고하고 있다. 서구 중심의 글로벌 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종 종교 등으로 인한 문명 충돌 외 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 현상으로 미래는 고령 층을 위한 연금과 의료보험을 놓고 전투를 벌이는 세대간 충돌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될 것”-미 카네기 재단의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고민하는 지구촌…경제운용의 틀 재편=전세계 출산율은 1972년 이후 사상 유례없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 감소가 나타나는 나라는 일본과 유럽연합(EU). 2050년이면 세계 최고령국이 될 우리나라 역시 나을 게 없는 처지다. 일본의 인구 감소 추세는 특히 심각하다. 한국은 2020년 인구감소시대가 시작되지만 현재 출산율이 1.3명인 일본은 바로 내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유럽은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현상태를 유지하려면 여성 한명 당 평균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대부분 EU권 출산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은 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이미 60년 가까이 고령화 사회를 경험해온 미국은 그러나 최근엔 젊은 미국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 이민정책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EU권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젊은 미국의 파워는 향후 강력한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0년을 전후로 미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표면화 될 가능성은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로 인한 재정 파탄의 가능성이 무엇보다 문제다. 지구촌 각국은 최근 들어 앞 다퉈 각종 출산 장려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EU국들은 EU 차원에서 온갖 기발한 정책을 총동원,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아이 양육 수당은 기본이고 세제 지원에 장기 출산 휴가 제공 등 각국 정부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그러나 EU권을 필두로 저출산 선진권의 출산율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해당국 정부를 당황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선진권 정부들은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맞추는 방향으로 경제 및 산업구조 재편도 고려하는 등 거시 경제 운용의 방향을 수정하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인구 감소의 경제학…“생산성 증대가 관견”=인구 감소가 국가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단연 경제 문제다. 특히 출산율 저하의 결과로 나타나는 고령화에 따른 폐해는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계속 저하될 경우 수십년 내 세계 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들어갈 것이란 점을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실적이 좋아져도 인구가 줄면 경제 성장은 어려워진다. 실제 최근 기업 실적이 호전됨에도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인한 소비 정체가 발목을 잡고 있는 일본이 그 사례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늙은 나라 늙은 경제’ 체제 아래 당장 겪는 문제는 노인 연금과 의료보험비용 증가다. 노인층 증가는 조세 수입은 작아지는 반면에 복지지출은 늘어나 재정적자를 누적시킨다. 재정적자는 국채 발행이나 통화량 증발로 보전하게 되면서 이는 물가상승을 유발, 경제는 순환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도시 공동화 등 각종 사회 문제도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반복해서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이유가 이러한 복지로 인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은 ‘반면교사“다. 이를 반영,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드푸어스(S&P)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가 국가신용등급을 결정적으로 끌어 내리는 시대가 임박했음을 경고한 바도 있다. 문제 해결을 각국의 노력은 크게 2가지 방면에서 추진될 수 있다. 하나는 앞선 사례처럼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직접 정책, 다른 하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손실을 커버하기 위한 방편 마련이다. 즉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더라도 기술개발로 성장잠재력이 낮아지지 않도록 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소비 감소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혁명적 생산성 향상과 고생산성 사회로의 구조개혁을 통해 출산율 감소의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방법에는 고령 및 여성 인력, 또한 이민 정책의 활용 방안도 포함될 수 있는 사항이다. 글로벌 경쟁시대, 적정 인구수 유지는 국가 경쟁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물적 토대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보조가 이 분야 만큼 필요한 분야도 없다는 인식부터가 사태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