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평론가 최열 '화전' 펴내

근대200년 예술가 28명 조명, 기념전도


미술평론가며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으로 있는 최열(48) 씨가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활동한 화가들을 다룬 예술서 ‘화전(畵傳)’을 펴냈다. 우리 나라 근대 200년의 회화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책으로 특히 조희룡에서 이응노에 이르는 예술가 28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밀착해 살핀 평전이다. 근대정신이 태동하기 시작해서 근대의 격정이 분출된 이 시기 화가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고 그들의 그림속에 어떻게 근대의 정신이 스며들고 이를 분출하기 위해어떻게 고민했는지를 살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림과 화가와 역사가 서로를 응시하는 눈빛이 쉼없이 교차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채용신의 그림에 있다. 당시에는 선비는 털모자를 쓰지 않는데 채용신이 그린 ‘최익현상’을 보면 선비인 최익현은 털모자를 쓰고 있다. 1905년 그려진이 그림은 그해 2,3월에 친일파를 규탄하고 일제침략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소를올리다가 일본 헌병에 체포됐던 의병 최익현의 모습이다. 결국 최익현은 일제가 주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12월 30일 세상을뜬다. 그의 초상에는 이글거리는 분노와 어쩔 수 없는 절망이라는 조국의 운명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장의 그림이 고증하는 역사의 생생한 장면이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의 격변속에서 그림 소재인 사군자의 위상과 의미도 달라진다. 김진우의 ‘대나무’가 그것. 주로 사군자는 역사의 소명을 다한 봉건시대 선비들의 유물로 여겨지지만 일제시대 김진우가 그린 대나무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화가들의 고민을 담아내는 한편 화단과 평단,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한 홍세섭과 이도영, 채용신 같은 화가들의 예술성을조명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담담하고 평이하면서도 중후한 문체다. 예술을 ‘에세이식 글쓰기’로 풀어가서 읽기 편하지만 가볍지 않다. 저자는 “날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독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책으로 예술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친근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사 펴냄. 456쪽. 2만4,000원. 한편 가나아트센터는 출간을 기념하는 ‘화전’전시회를 10일부터 15일까지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갖는다. 28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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