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 발간한 '베이지북(경기동향 보고서)'에서 "12개 연방준비은행 담당 지역의 최근 경기상황을 종합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지출이 꾸준히 늘면서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도 전반적으로 억제돼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지북이 늘 써오던 '점진적(modest)' 또는 '완만한(moderate)' 확장이라는 표현도 뺐다. 미국 경제의 성장성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뜻이다.
이번 베이지북의 경기진단은 16~17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금리·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초자료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닛 옐런 의장이 지난달 '점진적 성장'이라는 베이지북의 진단을 근거로 초저금리의 '상당기간' 지속을 언급했던 데 비춰 이달 회의에서는 금리정책 방향을 어떻게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전날 한 모임에서 "연준이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시점에 더 접근한 것은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한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자본유출 등 금융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국내 투자·소비 위축도 우려된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기왕에 마련된 컨틴전시플랜을 확고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과 가계의 체력을 보강하는 일이다. 2010년 이후 줄곧 영업 이익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과 1,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에 생동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대외변수를 이겨내기 어렵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결코 넉넉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