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장관을 겸하는 애벗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나인네트워크 방송에 출연해 여성을 위한 최대 업적을 묻는 말에 “여성은 특히 가계에 집중하는데 (나는) 탄소세를 폐지해 가구당 연간 550 호주 달러(49만 원)의 혜택을 줬다”고 대답했다.
탄소세 폐지로 가정의 전기 요금 부담이 줄어들었음을 자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야당과 네티즌들은 그가 성역할에 관해 과거의 시각에 머물러 있으며 여성을 위해 한 일이 없음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비판했다.
2011년 인구 1인당 하루 탄소 배출량이 49.3㎏으로 세계 평균치인 12.8㎏을 크게 웃돈 호주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임 노동당 정권에서 도입한 탄소세는 올해 폐지되기까지 찬반양론이 팽팽했는데, 총리의 발언으로 여성은 기후변화에는 무관심하고 살림살이에나 신경 쓰는 것으로 돼 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야당인 노동당 중진인 앤서니 알바니즈 하원 의원은 “총리가 남자는 큰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다림질하는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페니 웡 상원 의원도 “총리가 현대 호주 여성의 삶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여러 호주 네티즌은 “고마워요 토니, 탄소세가 폐지됐으니 일을 그만두고 다림질하러 갈게요”와 같이 총리의 발언을 조롱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논란이 이어지자 애벗 총리의 1기 내각에서 유일한 여성 장관인 줄리 비숍 외무장관은 “여성 정책은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말한다”며 총리의 발언을 두둔했다.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로부터 “여성혐오주의자”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 애벗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구성한 첫 내각에 여성 장관을 한 명만 임명했다.
그는 지난 21일 개각을 하면서 보건·체육부 장관으로 수선 레이 하원 의원을 임명해 여성 장관 수를 2명으로 늘렸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