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직격탄…수출 수익성 '작년 절반'

제조업경상이익률 9.1%로 작년比 4.6%P 급락<br>내수는 호전… 대기업-中企 실적양극화는 여전


한국경제가 원화의 고평가를 따먹는 ‘환율 천수답 경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기업들의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미국ㆍ중국의 경제침체 및 보호주의 경향으로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환율급락과 함께 기업의 경영을 더욱 옥죄일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이 환율하락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상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추락했다. 내수기업의 영업실적은 다소 나아져 수출과 내수기업의 양극화는 완화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내수기업의 실적호전도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은 오히려 더 나빠져 내수기업 내에서 기업규모에 따른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한국은행이 1,53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1ㆍ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9.1%로 지난해 동기의 13.7%에 비해 4.6%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1,000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남긴 이윤이 지난해에는 137원이었지만 올해는 91원으로 추락했음을 뜻한다.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도 12.1%에서 7.9%로 4.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환율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수출기업의 경상이익률은 지난해 1ㆍ4분기 15.2%에서 올해 1ㆍ4분기 7.0%로 8.2%포인트나 추락했다. 반면 철강과 화학 등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환율하락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며 이에 따라 내수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은 11.6%에서 12.0%로 높아졌다. 1ㆍ4분기 중 내수기업은 1,000원어치를 팔아 120원을 남긴 반면 수출기업은 70원을 남기는 데 그쳐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역전됐다. 제조업 가운데 수출을 주도해온 간판업종인 기계ㆍ전기전자 업종은 환율하락과 함께 반도체ㆍLCD 등의 가격경쟁 격화에 따른 판매가 하락으로 경상이익률이 19.0%에서 7.3%로 11.7%포인트 급락했다. 다만 내수기업 가운데서도 상위 30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경상이익률은 9.3%에서 8.1%로 오히려 둔화돼 환율하락의 효과를 일부 대기업만 누렸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경기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윤정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올 들어 기업의 경상이익률이 둔화된 것은 환율요인이 거의 절대적이었으며 앞으로의 환율변동 추이가 기업의 수익성에 큰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ㆍ4분기 평균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2원50전으로 지난해 동기(1,171원90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수출호조로 이례적으로 높았던 매출액증가율이 급락했고 특히 수출기업은 정체상태에 빠졌다. 제조업체의 매출액증가율은 수출기업의 매출부진으로 지난해 동기(17.3%)보다 12.4%포인트 하락한 4.9%에 그쳤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동기의 22.6%에서 20.7%포인트 하락한 1.9%를 기록했다. 내수기업의 경우 30대 기업은 철강ㆍ석유화학 업체를 중심으로 매출액증가율이 지난해 동기의 12.5%에서 19.2%로 확대됐으나 30대 이외 기업은 8.8%에서 2.6%로 크게 둔화됐다. 올 들어 수출은 증가했지만 환율이 워낙 크게 하락해 원화로 환산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기업들의 투자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제조업체 유형자산증가율은 지난해 동기(0.5%)보다 다소 증가한 0.9%를 기록했다. 제조업 업종별 유형자산증가율은 전기전자(6.7%) 등 일부 업종만 비교적 높은 반면 섬유의복(-1.4%)과 석유화학(-0.4%) 등 대부분의 업종은 낮았다.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은 96.2%로 지난해 말(93.7%)보다 소폭 상승했다. 1ㆍ4분기 중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지급 배당금 등 비차입성 부채가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다. 상장ㆍ등록업체가 보유한 현금의 규모는 4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4ㆍ4분기 40조9,000억원에 비해 거의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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