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은 16일 KeP 주식 410만주(지분율 56%)를 코오롱글로벌 등으로부터 약 40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모나미가 업계 10위권의 MRO사 큐브릿지를 매각하기로 하고 아이마켓코리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데 이어 한 달 만에 업계 상위사가 또 다시 팔린 것이다.
2000년 코오롱그룹과 현대산업개발, 한진그룹이 기업간 공동구매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위해 설립된 KeP는 현재까지 국내와 중국을 중심으로 MRO구매관리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업계 4위지만 KeP의 향후 사업전망은 밝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 대상 기업의 국내 영업을 제한한 MRO가이드라인 적용을 받기 전까지 20~30%대 성장세를 이어왔지던 KeP는 2011년 매출 5,536억원에서 2013년 5,076억원으로 외형이 계속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1년 74억원에서 같은 기간 13억원으로 60% 줄었다. 결국 KeP는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중견기업에 매각되지 않으면 존립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MRO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KeP를 인수하게 된 광동제약은 상호출자제한기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중견기업으로 KeP는 앞으로 MRO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고 국내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2011년 인터파크를 새주인으로 맞은 아이마켓코리아가 영업을 확대하고 경쟁사를 인수하며 매출이 크게늘어난 것처럼 KeP도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본격적인 파이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MRO 가이드라인 제한의 무용론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MRO 가이드라인 제한을 받지 않는 중견기업인 인터파크SMS 삼성그룹의 MRO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한뒤 지난 3년간 70% 가까이 성장해 지난해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한화, 웅진이 사업을 철수하고 시장이 비어있는 틈을 타 외국계 MRO 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당초 시행 목표였던 중소MRO업계의 수혜를 입증하는 데이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에서 벗어난 기업은 규제를 벗어나고 대기업으로 남은 기업은 도태되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며 "결국 국내 MRO생태계를 보호하고 중소 유통상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당초 가이드라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