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2월 22일] 똑똑한 소비자를 믿어라

1년이 훨씬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얘기다.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잘못된 제도는 과감하게 뜯어고치겠다"며 법안개정 방침을 추진했지만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건설교통해양위원회 1차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논의조차 못한 채 회의가 무산됐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논의가 계속 겉도는 것은 '집값' 때문이다. 상한제를 폐지하면 고분양가 사태가 재현돼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던 때와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잘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당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확대'를 배제한 채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이다. '공급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현 시장상황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풀 경우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분명히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은 분양가를 높일 경우 조합원들의 수익 증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이 주변집값 자극이라는 도미노효과를 가져올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강남주변부의 한 재건축추진단지는 분양가를 높였다가 참담한 분양성적표를 받아든 경험이 있다. 더욱이 외곽지역의 경우 현재의 시장상황으로는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심지어 고양 삼송, 김포 한강, 인천 청라 등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 아파트조차 줄줄이 미분양ㆍ미계약 사태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는 값을 올리고 싶어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또다른 '안전판'은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강남권조차 3.3㎡당 1,000만원대로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 건설사 역시 상품의 판매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공주택의 저렴한 분양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주택의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상황은 다르다. 소비자는 다양한 주택을 비교하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이제는 시장을 똑똑한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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