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원ㆍ달러 환율이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하락 반전했다. 역외세력에 맞서 1,600원을 방어하려는 당국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패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과 수싸움을 벌인 당국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워낙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해 환율 추세를 본격적으로 되돌렸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당국, 반격 시작됐다=불붙던 환율이 가까스로 잡혔다. 소방수는 당국이었다. 당국의 개입 움직임은 지난 2일 관측됐다. 당국은 2일 오후12시30분쯤 환율이 1,596원까지 치솟자 전격적으로 달러를 방출했다. 기세등등했던 환율은 곧바로 1,575원까지 급반전했다. 이후에도 반등의 불씨가 보일 때마다 당국은 물을 뿌려댔고 장 막판에는 1,570원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개입물량만 7억~8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올 들어 최대 규모다. 당국은 지난달부터 미세조정 차원에서 몇 차례 곳간을 열었지만 물량은 2억~3억달러 수준이었다. 3일에도 불 끄기 작전은 이어졌다. 환율이 장 초반부터 1,594원까지 급등하자 당국은 달러를 풀기 시작했고 환율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타다가 주가 반등세와 맞물려 오전11시쯤 하락세로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전날과 비슷한 규모로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당국이 2일 근래 들어 가장 센 규모로 개입에 나선데다 3일에도 오전부터 액션을 취하면서 역외세력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며 “추격매수에 나섰던 기관들의 손절매 물량까지 더해지며 환율 하락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시장개입 전략이 달라졌다=당국이 한순간에 불길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시장과의 수싸움에서 앞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패를 노출시키지 않아 적절한 타이밍에 베팅이 먹힌 것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패를 읽히는 순간 개입 효과는 반감된다”며 “시장이 모르게 허를 찌른 점이 이번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전고점을 돌파할 때나 그 이후에도 개입 움직임이 없었는데 세력이 마음을 놓는 순간 당국이 그 틈을 파고들어 분위기를 바꿔놓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2기 경제팀은 전임 경제팀과 달리 환율정책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환율상승에 대해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율이 수출에 도움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을 헷갈리게 했다. 당국자들 역시 원론적 발언에 머물거나 아예 입을 다물면서 당국의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시장에서도 이번 당국의 시장개입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김두현 차장은 “시장의 불안심리가 고조됐을 때 정부의 개입이 이뤄졌다”며 “적절한 시점에서의 조치로 시장심리가 상당히 안정됐다”고 말했다. ◇추세 전환 판단은 일러=일단 당국의 반격 카드가 먹히기는 했지만 아직 환율이 추세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여건상 달라진 것은 당국의 개입뿐 모든 게 그대로인데다 동유럽 사태나 미국발 금융불안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환율이 위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은 “정부의 개입은 그동안 급등에 대한 불안심리를 완화해주는 역할은 했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 예측불허여서 환율이 방향을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정황상 환율이 하락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1,600선을 앞두고 당국의 출현이 확인된 이상 단기적으로 1,600원대를 뚫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며 “하지만 금융불안이 당국 조치와 함께 사라진 게 아니어서 당분간 1,500원대 횡보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