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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100세 시대 효자' 역모기지


지난 2000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7%를 넘어선 이래 고령인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고령자는 536만명으로 인구 비중이 11%로 높아졌다. 이렇게 고령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지비용의 급격한 증가다. 이대로 가면 고령자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아 우리나라를 영원히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극단적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만연하면서 100세 시대를 기쁨과 환호로 반기기보다는 근심과 걱정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장년층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살던 집 담보로 생활비 받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와 같은 활기찬 노후(active ageing) 고민에 앞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와 같이 당장의 생활비 마련과 같은 생계가 이들에게는 더 시급한 문제다. 이때 갖고 있는 주택을 활용해 평생 고정된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주택연금제도(역모기지)가 훌륭한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 최근 주택시장 장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주택 구입을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지난해 40대 이상 연령층의 자가주택 소유율은 65%가 넘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자가소유율은 무려 75%를 상회한다. 많은 고령자들은 노후 생활자금 마련 등을 위해 소유했던 집을 처분하고 작은 주택으로 옮겨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 연장으로 길어지는 노후 기간을 가늠할 수 없어 여생을 생활비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자가주택을 팔아 삶의 패턴과 터전이 급격하게 바뀌기 때문에 안정된 생활패턴을 잃는 부작용도 겪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 발생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입한 제도가 '주택담보 노후연금제도'다. 주택담보 노후연금은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노년층이 집을 담보로 맡기고 사망할 때까지 매월 생활비 방식으로 받는 연금을 말한다. 미국에서 널리 이용되는 역(逆)모기지론과 같은 개념이다.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만 60세 이상이면 가입대상이며 부부가 모두 사망할시 주택을 팔아 그동안 받은 연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택담보 노후연금에 가입하면 가입자는 자기가 살아왔던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오랜 삶의 터전을 등지지 않을 수 있어 좋다. 본인은 물론 배우자 모두 사망시까지 정해진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살면 살수록 더욱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주택담보 노후연금이 도입된 2007년 7월 이후 4년여가 지난 11월 현재 누적 가입자는 6,000여명에 머물고 있어 아직 그렇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자식에게 주택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원인일 것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가입자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오래 살면 살수록 더욱 유리 주택시장 침체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주택담보 노후연금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젊은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만한 주택이 내 노후를 지켜주는 것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노후의 생활비를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내가 이룬 성과인 내 집을 활용해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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