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전국의 단독.다세대주택과 중소형연립주택의 집값을 최초로 공시함에 따라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 1천260여만가구의 집값이 모두 매겨졌다.
특히 공시는 기준시가가 있었던 아파트와 달리 가격을 기준으로 한 과세표준이 없었던 단독주택에 대한 시가기반 과세체계가 잡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앞으로 단독.다세대.소형연립주택은 건교부 공시가격, 아파트 및 대형연립주택은 국세청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와 취.등록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돼조세 형평성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모든 주택의 취.등록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될 예정이어서 부동산시장 투명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기준시가 발표에 맞춰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려다 보니 너무 시일에 쫓겨 부실하게 산정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조세 형평성.시장 투명화에 기여 = 그동안 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취.등록세는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 토지는 공시지가, 건물은 행자부 과세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매겨왔다.
이중 행자부 과세시가표준액은 건물의 건립연도와 면적 등을 기준으로 부과돼 평수와 지은 시기만 같다면 시세에 상관없이 서울 강남이든 지방이든 똑같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으로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은 많은 세금을 내게 됐다.
또한 정부가 내년부터 취.등록세를 시작으로 추진할 실거래가 과세기반이 마련돼 시장 투명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가신고가 정착되면 부동산 거래시 관행화된 이중계약서 등의 폐해도 사라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참여정부의 가장 큰 정책 목표중 하나인 부동산시장 투명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동일한 가격에 대해 동일한 세금이 매겨진다는 면에서 과세 형평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조사 우려 = 이와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너무 급하게 단독주택 가격을 산정하다보니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집값 산정의 기준이 된 표준주택의 가격을 공시한 지 석달여만에 전국 580여만가구의 집값을 매겨야 해 너무 시일이 촉박했으며 표준주택의 수가 전체의 3%에 불과해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건설교통부는 "표준주택 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막대한 추가비용과 행정력이 소요되고 이는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면서 "공시지가의 표준지 비율이 1.8%인 것을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시일이 촉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건교부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차질이 없었으며 1인당 조사가구도 700호 내외로 적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 의견청취 기간(4월1-20일) 각 구청에는 공시가격이 높거나 낮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단독주택의 경우 전체 가구수(419만여가구)의 0.34%인 1만4천여가구가 수정을 요구했는데 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같은 민원이 쏟아졌다.
동작구 상도 1동 연립주택에 사는 회사원 박모(37)씨는 "공시가격이 시가의 80%라는데 우리 집같은 경우는 공시가격이 2년전 매입가격의 50%에 불과했다"면서 "올려달라고 이의제기를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너무 급하게 진행한 측면이 있어 향후 몇년간은 불만이 많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조만간 모든 주택에 대해 실거래가로 취.등록세가 부과됨에 따라 거래세 추가 경감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