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카드 산업의 각종 지표는 카드 대란 당시를 방불케 했다. 올 상반기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보유 개수는 4.9장이고 카드 모집비용은 4,000억원대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직전인 경제활동인구 1인당 4.6장, 모집비용 4,777억원과 엇비슷한 수치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하반기, 그 중에서도 3ㆍ4분기로 모아진다. 금융 당국은 상반기 과열신호를 근거로 6월 말 카드사 옥죄기를 본격화했다. 당국의 정책이 실효를 거뒀다면 3ㆍ4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일단 정책은 조금이나마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옥죄기 항목인 카드론이 대표적이다. 카드사 중 가장 먼저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론 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 감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카드론 이용금액은 12조5,032억원. 하반기에도 이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카드론 이용금액은 카드 대란 이후 최고치에 도달한다. 그러나 당국은 규제 이후 카드사의 과열경쟁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팔 꺾기 대책'이 항구적일 수는 없는 일. 시장에서는 약발이 일시적으로 통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당국의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카드사는 계열사를 통해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카드사 사장은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이보다 중요한 것이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