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인·실용주의' 구상 타격
■ 청와대 수뇌부 일과사의 파장金실장, 보수언론·재계와 협조분위기 조성 주역인사시스템 수술 불가피… 국정운영 변화 촉각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사파동이 결국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의 좌초로 이어져 '경제 중심-실용주의'를 새해 핵심 추진과제로 삼았던 청와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됐다.
특히 이씨를 천거했다고 스스로 밝힌 이해찬 총리까지 야당의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어느 선에서 이번 파동을 정리할지도 주목거리다.
또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 부대표가 9일 "김(우식) 실장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내의 김 실장 인맥들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목에서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선호하는 김우식-이기준 라인에 대한 진보세력의 반감이 매우 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가 실용주의로 변신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이다.
김 비서실장의 경우 이씨가 교육 부총리직에서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세대 학과장 재직 시절 이씨의 장남이 연세대 화공과에 부정 특례입학했다는 의혹이 보도된데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이씨가 교육 부총리가 되기에는 무리"라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 실장은 보수언론들과 참여정부의 화해를 적극 추진하고 재계의 협조를 얻어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올인' 정책을 뒷받침했던 주역이라 문제가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해 12월22일 경제5단체장과 은밀히 회동하는 등 참여정부가 새해 화두로 삼은 경제 올인 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실장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운용 방향과 반부패협약 문제 등을 집중 논의, '경제 살리기'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었다.
청와대는 물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 대통령 취임 2주년인 오는 2월25일까지 새로운 국정운영 목표와 실행계획을 만들어낸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노선정리에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 7일 열린우리당 임시집행위원회에 보고된 대외비 내부전략 문건에서는 개혁입법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회생ㆍ국민통합ㆍ평화정착 등 국정운영 3대 목표'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당정청 주도세력이 일치해 실용주의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 내외 개혁ㆍ강경파들은 '보안법 폐지' 등 개혁이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기준-김우식으로 이어지는 참여정부의 인사파동이 단순히 청와대 인사 시스템 수술에만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실용주의 노선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구동본 기자 dbkoo@sed.co.kr
입력시간 : 2005-01-09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