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정의는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어줄지언정 배불리 살 찌워주지는 못한다. 때때로 이들은 불편한 존재이다.
우리는 간혹 원칙과 정의를 무조건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까지 한다. 한 번쯤 모르는 척 눈 감아도 세상은 그를 질타하지 않는다. 다 그러고 사니깐.
여기 어리석게도 이를 잘 지키고 사는 사람이 있다. “최강치라고 하는 놈입니다.” ‘구가의 서’의 주인공 최강치(이승기 분)다.
조관웅(이성재 분)이 백년객관에 와 객사를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다. 늦은 밤, 비어있는 객사는 없다. 방마다 다 손님들이 차 있다. 그렇지만 생떼를 부리는 조관웅, 이자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백년객관에는 피 바람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인가. 그를 받기 위해 쉬고 있던 손님들을 다 내쫓는다면 백년객관의 평판은 당장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거절한다면 백년객관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비난을 참고 멀리보기 위해 조관웅을 머물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최강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차피 누가 됐든 백년객관에 든 이상 저한테는 그저 손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에겐 원칙이 우선이었다. 순식간에 다섯 개가 넘는 칼날이 그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최강치의 눈빛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조관웅은 뜻 모를 웃음을 흘리며 그냥 돌아갔다. 하지만 조관웅의 성격상 최강치의 운명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한가운데 모여있다. “자, 줄을 서시오. 줄.” 그 안에서 최강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앞으로 줄을 길게 섰다. “자 떡장수 팔먹 아저씨, 고리대금으로 뗀 이자가?” “두 냥하고 세푼. 어이구 고마워 역시 우리 속을 확 풀어주는 건 최강치 뿐이 없구만 그려”최강치, 그는 사채업자에게 빼앗긴 마을사람들의 돈을 되찾아 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이 든다. 아니, 어째서? 자신의 돈이 빼앗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그는 그렇게까지 수고를 했나.
“기왕지사 사람의 돈을 뜯어먹고 살 량이면 없는 사람들 말고 가진 자들 돈을 뜯어내거라.”이유는 정의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아픔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서 그 하나마저 빼앗아가려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남들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을 그는 애써 고집한다. 우리에게 없는 그의 모습은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밉지 않다. 싫지 않다. 우리는 그를 점점 좋아하게 된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우리 역시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