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식(48∙가명)씨는 정치 테마 종목이란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 지난해 8월 "대선 테마와 관련해 A사 주식이 많이 오를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수천만 원의 손실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다시 투자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사례처럼 막연한 기대감으로 정치 테마주에 무턱대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금융 당국에 의해 확인된 정치 테마주 피해자는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이들의 피해액은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4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1일부터 올 5월31일까지 35개 정치 테마 종목들의 실질 매매손실을 조사한 결과 이들 종목의 최고 주가는 평균 331% 상승했다가 분석기간 종료일에는 93%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테마주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들 35개 종목의 거래에 참여한 계좌 가운데 195만 계좌에서 모두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대선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26억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금감원 측의 한 관계자는 "통상 테마 종목이 치솟는 사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없다는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수백만 명의 투자자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손실을 본 투자자 가운데 대부분은 개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부상한 테마주에서도 발견된다. 지난 6월 이후 일자리 정책과 경제민주화 등의 테마에 편승해 급등세를 탄 16개 종목은 11일까지 평균 171%가 올랐지만 해당 종목 매매계좌 21만개 가운데 대부분 손실을 입었고 손실액은 670억원에 달했다.
정책 테마주로 손실을 본 계좌 가운데 99.93%(20만8,684개)는 개인이었고 전체 손실액의 99.26%(665억원)가 개인자금이었다.
테마주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손실이 컸던 것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정책 테마주로 부상한 16개 종목은 경영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이들 종목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16%로 전체 상장회사 평균(5%)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1.44%로 부진했다. 치지 못하고 있으나 단지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정책 등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최근 3개원간 평균 172% 치솟는 등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은수 금감원 테마주특별조사반장은 "테마주는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이 불가능해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정치 테마주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올랐다 일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