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성장률 전망 줄줄이 올리는데 기업 체감경기는 기준치 아래


지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국책ㆍ민간 경제전망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나빠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선인 100 밑으로 한달 만에 추락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3ㆍ4분기 성장률을 1.1%로 발표하자 증권업계의 성장률 전망은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성장률을 2.7%에서 2.9%로 올렸고 내년 전망은 4.0%를 유지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성장률을 2.6%에서 2.7%로 수정했고 내년은 3%에서 3.4%로 올렸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2.8%, 내년 3.8%를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성장률을 2.3%에서 2.7%로 대폭 올렸으며 내년은 2.9%에서 3.2%로 상향했다.


조만간 수정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금융연구원과 다음달 중순쯤 성장률 전망을 내놓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공산이 크다. 금융연구원과 KDI는 올해 성장률을 각각 2.8%(8월), 2.6%(5월)로 전망했다.

경제전망 기관들이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수출과 정부 소비가 지탱했던 성장이 민간소비와 기업 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개선 조짐에도 불구하고 연일 쏟아지는 규제, 환율하락 등 대내외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BSI 조사 결과 11월 전망치가 94.7를 기록해 한달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고 밝혔다.


앞서 실시된 10월 조사에서는 BSI가 101.1를 나타냈다. BSI는 기업의 경기에 대한 판단과 전망 계획 등의 설문조사를 통해 0~200까지 산출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많은 것이고 미만이면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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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99.1), 수출(98.5), 투자(96.3), 자금사정(95.2)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9.7)의 경우 섬유ㆍ의복(81.8), 음식류(93.1), 펄프ㆍ종이 및 가구(94.1)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화학공업(94.1)은 고무ㆍ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76.9),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89.6) 등을 중심으로 기준선을 하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BSI가 다시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부담, 소비부진 우려,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 여파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화학 관련 법 등 정부의 각종 규제 역시 기업들의 투자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원ㆍ달러 환율은 엔저와 더불어 향후 기업의 채산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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