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소금융 등의 정책을 잇따라 출시한 데는 사실 서민금융회사들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들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고 대기업들의 팔을 반강제로 꺾어 금융 소외자들을 구원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껏 구원해도 이들이 다시 부실화돼 재정만 축내는 결과가 만들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서민금융회사들이 본래의 정체성, 즉 서민기관 본래의 영업에 충실하도록 감독당국이 강력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의 대출 상황에서 금세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들 두 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년 만에 50%를 넘어섰는데 이는 철저하게 서민 위주의 영업을 했다기보다 무조건적으로 대출을 남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회사의 경우 유가증권 투자 등은 가급적 막고 낮은 예대율을 합리적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성 검증이 어려운 해외투자나 서민금융이라는 본질과 거리가 먼 부동산 개발사업은 가급적 막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서민금융기관 내에서도 체계적으로 대출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 농협과 신협ㆍ새마을금고, 저축은행의 이용고객층이 세분화될 수 있도록 업권별로 먹을거리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부업체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를 사실상 관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업은 실질적으로 서민대출을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서민금융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대부업체도 주요 정책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서민대출을 외면할 때 대부업체들은 이 시장을 빠르게 접수했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의 경우 자산만 1조4,000억원이 넘을 만큼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서민대출 신상품을 백날 내놓아봐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별 소용이 없다"며 "서민금융기관이 예전의 정체성을 찾도록 지도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게 서민금융정책이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