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인가

이라크의 무장테러단체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김선일씨의 유해가 지난 26일 원혼이 되어 고국에 돌아왔다. 우리는 김씨의 무고한 희생 앞에서 과연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이라크 파병이라는 국가의 선택으로 인한 희생양이 됐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찬반의 논란이 거셌던 것은 정치적ㆍ외교적 이해득실과 관련한 국익판단도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였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사는 물론 김씨와 같은 무고한 민간인 등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4,000명 가까운 병력을 파병하는 나라라면 그에 걸맞는 안전대책이 강구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씨 피살사건은 과연 한국이 파병할 만한 자격이 있는 나라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가 된 AP통신의 우리 외교통상부에 대한 확인전화 사건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김씨의 생명의 안위에 관한 정보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 것도 모자라 AP통신이 거짓말이라도 하는 양 큰소리를 쳤으니 외교부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염치 없음은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눈과 귀가 먹통인 외교부가 김씨가 싸늘한 시신이 돼버린 순간 대통령에게 살아 있을 것처럼 엉터리 보고를 한 것은 희극이고 국제 망신이다. 문제는 그것이 비단 외교부만이 아니라 외교안보라인 전체에 관한 문제라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부 외에 국가정보원ㆍ국방부ㆍ국가안보회의사무처 등 4개 기관에 대해 감사원의 조사를 지시한 것은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방지책이 강구되기 바란다. 김씨 피살 이후 파병반대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파병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 탓도 있겠으나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탓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파병반대 이상으로 강조돼야 할 것은 무고한 민간인을 야만적으로 살해한 테러에 대한 응징각오여야 한다고 본다. 야만에 굴복하는 것으로 야만은 결코 퇴치되지 않는다. 정부는 더 이상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한 국민의 회의가 깊어지기 전에 치열하게 자기반성을 해 공직의식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장관 바꾸는 것을 대책인 양 해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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