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사 '탐욕' 뿌리뽑아야 하지만 '포퓰리즘 변질' 안된다

수수료 인하 거센 바람, 정치색도 짙어지는데…<br>지나친 순익ㆍ불합리한 수수료엔 메스 필요<br>"특정계층 배려땐 다수 피해" 풍선효과 우려<br>월街와 상황 달라 정치적 해결 바람직 안해<br>원가분석 등 공론화, 적절한 절충점 찾아야

18일 오후1시 서울올림픽주경기장. 전날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인 1.6~1.8%로 맞추겠다고 했지만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는 계속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 수준인 1.5%까지 내려달라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여야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인들도 참석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 수수료 문제에 정치인이 참석하는 것은) 정치색이 짙다"고 지적했다. 금융사의 '탐욕' 문제가 포퓰리즘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나친 순익과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는 개선돼야 하지만 금융권 때리기로 표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다. 주유소업계도 20일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를 예정하는 등 곳곳에서 내 몫을 챙기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포퓰리즘이 지나치면 침묵하는 다수의 선의의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른바 '풍선효과의 폐해'다. ◇'금융 포퓰리즘' 움직임… '풍선효과의 폐해' 생길 수 있어= 우선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이날 여야 대표들은 일제히 음식점 수수료를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을 외치고 나섰다. 사실상 시장 가격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포퓰리즘의 폐해는 다수의 일반 고객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 등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수수료 정책을 추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업체 대표는 "계속해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고 하면 우리도 순익을 줄여야겠지만 일반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포인트 적립 혜택 등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계층을 배려한다는 명분 아래 다수의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카드사도 매년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한쪽에 인하 혜택을 주게 되면 회사와 기존 고객들이 이를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시행해온 카드사들은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보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다는 미국은 월별 일정한도에 미달할 경우 매달 20~35달러를 부과하거나 단말기 고장 시 1달러를 물게 하는 등 각종 수수료를 따로 매긴다. 일정 부분은 고객에게 전가한다. 한쪽에서 수수료를 낮게 물면 누군가는 이를 책임지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도 마찬가지. 이를 일괄적으로 낮추면 월급통장 등을 이용해 거래 수수료를 면제받던 이들의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말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나 이자 부문의 이익을 줄이라고 하면 마케팅 등 여타 비용을 똑같이 줄이게 된다"며 "특정 고객층을 지원하려다가 상당수 고객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도 잘못이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유행병처럼 은행들을 죄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은행이 이익을 못 내거나 부실이 생기면 뭐했느냐 하는데 양면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 수수료에 대한 꼼꼼한 분석 필요=국내 은행들의 경우 수수료 이익 비중에 대한 비교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의 주된 수익원은 이자수익(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대형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은 뱅크오브아메리카 58.2%, JP모건체이스 45.7%, 씨티 58.4% 등 50% 안팎이다. 반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67.5%다. 편하게 이자 따먹기 놀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수수료 비중이 적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를 바꾼다면서 수수료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도해왔다. 은행 영업이라는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수수료 이익을 줄이려면 이자 이익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만 지금처럼 금리도 낮추고 수수료도 인하하라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단선적으로 많고 적음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공론화된 자리를 만들어 이자나 수수료 등의 원가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잡음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정치적 해결은 맞지 않아=월가 시위는 대형 투자은행(IB)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IB들은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받아 챙기면서 2008년 글로벌 위기를 만든 주범이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상업은행이다. 자본가들이 재산을 축적해 만든 JP모건 등 글로벌 은행과는 성격도 다르다. 우리 증권사도 투기적 사업보다는 브로커리지 업무를 주로 하는 국내 업무에 머물러 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월가 시위는 IB를 상대로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국내 증권사 직원들의 경우 근속연수가 짧고 미국계 IB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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