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 경영환경에는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불을 지핀 '젊은 조직론'이 직장인들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이 말한 젊은 조직론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젊은 조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민첩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역동적인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젊은 피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문제는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이 단순히 물리적인 젊은 조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조사 업체가 100대 기업의 40대 임원이 급증하고 임원의 평균 연령 역시 50.4세로 낮아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물리적 젊은 조직에 대한 갑론을박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삼성에서 젊은 임원이 발탁되면 다른 대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젊은 조직으로 세대교체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부터 "드디어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해석까지 분분하다.
이 같은 직장인들의 해석을 듣자면 연륜과 경험을 갖춘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배제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할 당시부터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주춧돌을 쌓기 위해 젊음을 바쳤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지금은 또 다른 도약을 위한 걸림돌이자 필요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말 그럴까. 아마도 그게 아닐 게다. 젊은 패기와 열정만으로 어제의 영웅들이 일궈낸 성과와 노하우ㆍ연륜을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팽배해지는 게 아닌지 우려감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에 발맞춰 우리 사회가 베테랑의 연륜과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는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회가 제조년월일로 사람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꾸준한 자기 계발과 노력으로 유통기한을 늘리고 있는 사람을 제조년월일로 평가해서 되겠습니까"라고 기자에게 던진 한 대기업 임원의 푸념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