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FTA 특혜관세 받도록 원산지 관리 프로그램 中企에 맞춤형 공급"<br>진단서 처방·치유 가능한 中企건강관리 시스템 도입<br>3,400억규모 기금 신설… 소상공인 생업 안전망 확충<br>융자상환금 조정형 자금 지원… 청년창업 활성화 유도할 것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경제영토가 확대돼 기회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맞춤형 원산지 관리 프로그램(고급형 FTA Pass)을 개발, 보급하려고 합니다."

송종호(56ㆍ사진) 중소기업청장은 23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단독인터뷰를 갖고 "우리 수출 중소기업의 FTA 활용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약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300개 기업에 대한 원산지 증명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업종별ㆍ지역별 설명회와 전문가를 활용한 FTA 컨설팅을 확대하고 오는 9월 미국, 11월 유럽연합(EU)에서 각각 문화콘텐츠와 의료기기 분야의 전략전시회를 개최한다.


아울러 송 청장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성, 시장성, 마케팅 역량 등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을 선정해 해외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건강관리 시스템' 정착 ▦소상공인 생업 안전망 확충 ▦일자리 창출 및 청년창업 활성화 등을 올해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co.kr

중소기업계에서 송 청장은 '닥터S'로 통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중기청장에 취임하고서는 이를 '중소기업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사람들은 병원이나 주치의로부터 건강관리를 받고 수명도 연장하는데 왜 우리 기업들은 왜 그렇지 못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간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은 130여개 기관에서 203개나 됐지만 단순지원에 불과해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취약기업을 대상으로 진단→처방→치유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원스톱 패키지 방식"이라며 "수요자인 기업이 중심이 되고 지원기관의 칸막이를 없애 자금ㆍ보증ㆍR&D 등을 연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근 중기청ㆍ중진공ㆍ기술보증기금ㆍ신용보증기금은 건강관리 시스템 공동업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6월까지 시범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송 청장은 "산업단지관리공단, 지방 노동청 등도 같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중기 지원 시스템에 변혁을 일으켜 정착이 되면 해외로 수출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 기업 수에 대해 그는 "미리 구체적인 수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금형ㆍ주물과 같은 뿌리산업과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했던 취약업종부터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금 문제는 중소기업에는 대표적인 애로사항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팍팍한 자금사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방 중기청 등을 통한 현장 모니터링 결과 소기업ㆍ소상공인의 자금현황이 점차 악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정책자금 3조3,000억원, 신ㆍ기보 보증 55조9,000억원, 서민보증 15조3,000억원, 매출채권보험 7조원 등 안정적인 중기 자금지원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확대된 81조5,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하는 금융지원위원회에서 중기 대출 확대와 더불어 지나친 리스크 관리를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자금난이 심화될 경우 정책금융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 문제에 대해 송 청장은 "우리나라는 대기업(재벌), 중견 대기업, 중소기업의 특수한 구조를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정책은 절대 같을 수 없으며 중견기업은 금융과 세제 정도만 지원하고 자생력을 갖추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은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은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고 회사채 발행도 가능하니 직접금융으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소상공인의 생업 안전망 확충은 송 청장의 중점 과제 중 하나다.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이 확대되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송 청장은 "최근 대기업이 동참해주며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는 한풀 꺾였지만 근본적으로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약 3,400억원의 소상공인기금(계정)을 신설했고 소상공인공제 가입자도 13만명에서 18만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복안을 털어놓았다. 또 "매년 관세액의 3%를 정부가 출연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어서 의미가 크다"며 "상반기 중 소상공인기금의 사업내용에 대해 예산당국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소상공인의 근본적인 자생력 제고를 위해 나들가게와 온누리상품권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나들가게를 5,300개에서 1만개로, 온누리상품권 판매도 2,2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 나들가게란 기존 골목슈퍼를 현대식으로 새 단장한 것을 말한다.

일자리 문제로 화두를 돌리자 순간 송 청장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취업 의지가 없는 니트족이 200만명에 달하고 청년실업 문제는 한층 심화됐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중기 부족인력은 25만명에 이른다.

그는 "중기청 지원 특성화고를 80개교로 늘려 3학년 초부터 취업전담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우수기업과 연계한 고졸전용 채용박람회도 50회 시행할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또 "지난해 벤처협회와 특성화고가 산학협약을 맺었는데 이를 기계산업진흥회ㆍ중소기업융합중앙회 등 업종별 단체와 주요 공기업 협력사 등으로 확산해 취업지원의 시스템화를 이뤄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송 청장은 창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존 기업들의 일자리는 모두 대체고용으로 신규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질로 중요한 청년창업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창업에 대한 의지와 기술력만 있으면 담보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에 지난해보다 2.5배 증액된 1조6,000억원을 투ㆍ융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청년전용 창업자금 2,100억원(융자상환금조정형 500억원, 민간금융매칭형 1,600억원), 투융자 복합금융 1,500억원, 청년창업 전용보증 7,600억원, 엔젤투자매칭펀드 1,600억원, 창업전용 R&D 965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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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청장은 "중진공에서 집행하는 융자상환금조정형 창업자금 500억원은 기존 정책자금에서는 볼 수 없던 획기적인 융자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청년들이 창업실패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신속한 재창업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청년들의 창업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중진공 정책자금에 대한 연대보증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통합도산법의 회생 및 파산절차에도 '부종성의 원칙'을 적용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1번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는 부담으로 창업을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위한 조치다. 부종성의 원칙은 회생ㆍ파산절차를 통해 주채무가 조정된 경우 연대보증채무도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통합도산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송 청장은 창업 분위기 확산을 위해 다음달부터 토크콘서트 형태의 소통마당(청년창업 한마당 투어)를 전국적으로 40회 이상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창업준비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남들과 같이 다 놀고 다 만나고 다 자고 하려면 창업을 하지 말라고 평소에 이야기한다"면서 "정부에 무조건 기대려고만 하는 것도 그릇된 인식"이라고 조언했다.




"현장에 답있다" 간담회·포럼 등 찾아 '1週 3通' 소통 실천

■ 송 청장은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중소기업통이다. 지난 1986년 제22회 기술고시에 수석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줄곧 중소기업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중기청 출신이 청장에 오른 것은 송 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중기청 벤처정책과장 시절 벤처정책 관련 각종 법령과 제도를 입안해 벤처가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벤처 관련 법조문 한 줄 한 줄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코스닥시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도 받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중기 정책의 아이디어뱅크로 활약했다. 송 청장은 일이 취미라고 할 정도의 노력가다. '일벌레'로도 불리는 그는 "이제 중기청장에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중소기업 업무가 낯설지는 않지만 다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송 청장의 업무 스타일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합리적이면서 실용적이다. 직원들과의 토론을 즐기며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아낸다.

송 청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그 분야에 해박하다 하더라도 직접 부딪혀야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점들을 발견해 정책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그는 매주 현장방문과 현장간담회ㆍ강연 및 포럼 등의 자리를 갖는 1주(週)3통(通)의 소통 마당을 추진하고 있다.

송 청장이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전통시장으로 달려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취임식 날 대전 한민시장을 방문해 직접 시장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발로 뛰어 소통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아울러 송 청장은 중기청 직원들의 업무자세에 대해서도 수시로 강조한다. 최근까지 마인드와 자세를 혁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그는 '꽃을 사랑하지만 꽃에 물주는 것을 잊는 사람을 우리는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을 인용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진정은 불신을 주고 진정이 없는 행동은 반감만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년 가까이 공직에서 중소기업을 위해 뛰어온 만큼 애정도 각별하다. 수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수시로 그를 찾아올 정도로 '멘토' 역할도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항상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송 청장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기 홍보대사'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송 청장의 명함에는 사진과 함께 개인 휴대폰 번호가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소통하기 위함이다. 그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약력

▦1956년 대구 달성 ▦1982년 영남대 전기공학과 ▦1986년 기술고시 22회 ▦1997년 중소기업청 기술정책과장 ▦2005년 창업벤처본부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심의관 ▦2008년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 ▦2010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2011년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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