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단통법 안착에 시간 필요하다


갓 태어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의 원인인 양 입법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은 단통법 문제의 시각을 순식간에 낮은 보조금에서 과도한 보조금으로 바꿔 놓았다. 입법 당시 모든 국회의원들이 반대 없이 찬성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들어진 법안이 개악으로 비쳐졌으며 심지어 단통법을 폐지하고 예전 방식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무용론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단말기 판매 부진에 섣부른 폐지론


단말기 보조금 문제는 소비자가 결합된 형태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구매·소비하는 데서 시작한다. 물론 완전자급제가 가능해져 소비자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따로 구입하는 시장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단말기 가격 문제는 단말기 시장에서, 통신요금 문제는 통신 시장에서 경쟁 정책으로 풀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단기간 안에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단통법과 같은 대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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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 비난을 받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부진한 단말기 내수 판매다. 그러나 이 문제의 뒷면에는 중고폰 이용 활성화, 해외 저가폰 직구 증가, 중저가 요금제 가입 증가, 알뜰폰 가입 증가, 단말기 사용기간의 증가가 있다. 단통법 이후 중고 단말기 개통 건수가 급격하면서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단말기 교체주기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해외 스마트폰 직접 구매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나 알뜰폰 가입자의 증가는 유통망 다양화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애초에 단통법이 지향했던 방향성이다.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더라면 고객 입장에서 더 좋았겠지만 단통법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단통법을 폐지하면 과연 문제가 해결되느냐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가 결합된 형태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구매·소비하는 시장에서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보조금 경쟁만 일어날 뿐 요금 경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제조사는 출고가를 유지하며 보조금 경쟁으로 매출이 증가해 유리하고 이통사는 모든 가입자에게 요금할인을 해주는 것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보조금을 집중해 고객기반을 늘리고 매출감소를 막을 수 있으니 이득이다. 이는 단통법을 폐지하고 자유방임적 시장경쟁 상황으로 간다 해도 보조금 문제가 재등장하는 이유다.

취지 살려 제도 재정비·운영의 묘 발휘를

단통법 도입 초기와 비교할 때 이통사의 단말기 보조금은 약 200% 증가했으며 제조사의 출고가도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통사들도 앞다퉈 가입비 전면 폐지, 요금할인 반환금이 없는 순액요금제 신설 등을 발표했다. 역설적으로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은 국내 이통사들이 얼마나 가입자 경쟁에 민감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줬다. 따라서 소비자의 눈높이 때문에 한번 올라간 보조금은 떨어지기 어려운 만큼 단말기 보조금 경쟁의 효과가 기존처럼 번호이동 가입자나 기기변경 가입자와 같은 일부 가입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가입자의 요금할인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단통법을 운영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통법의 기본 취지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세부 제도를 재정비하고 안착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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