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LG가 23일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타결지음으로써 재벌 그룹의 빅딜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이와 함께 대우가 현재 34개의 계열사를 자동차 중심의 6~8개사로 줄이기로 한데 이어 현대도 자동차 등 5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60여개 계열사를 20여개로 줄이기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재계의 구조조정 방향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빅딜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계 판도의 밑그림이 새로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빅딜에 따른 손익 계산서
반도체 빅딜로 5대그룹 가운데 얻는것 없이 잃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LG는 이번 합의를 통해 막대한 「현찰」을 손에 쥐게 됐다.
반도체 빅딜 초기 단계에서는 LG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동정적 여론이 높았으나 LG는 협상을 통해 스스로 실속을 챙겼다.
이와 함께 데이콤 지분도 받아냄으로써 반도체 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여유있는 자금을 가지고 통신사업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또 현대전자는 LG반도체와의 통합을 계기로 세계 D램 시장 3위에서 한꺼번에 1위로 등극할 수 있게 됐다. 「빅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꿈도 꿀수 없었던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소득을 얻는 것이다.
결국 LG는 「현찰」을, 현대는 「명예」를 얻게 된 셈이다.
자동차와 전자를 맞교환하기로 한 삼성과 대우도 「명분」과 「실익」를 함께 챙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잘못 발을 내디딘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명분을 얻었으며 대우는 주력 사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와 「2강체제」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하지만 사업성 측면에서는 별다른 이득이 없어 빅딜에 따른 효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변화하는 재계 판도
현대와 대우가 대대적인 계열분리와 매각을 통해 그룹 규모를 크게 줄여나가기로 함에 따라 재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우가 올 연말까지 현재 34개인 계열사를 자동차 중심의 6~8개사로 줄이게 되면 자산규모가 78조원대에서 55조~60조원 규모로 줄어들게 돼 재계 서열 2위자리에서 한단계 떨어진 3위자리로 내려앉게 된다.
현대의 경우 분가(分家)를 통한 구조조정 방식을 택하고 있어 자산이 10조원에서 20조원에 이르는 여러개 그룹으로 나눠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재계 서열도 5위권내에서 벗어나 현대 이름을 가진 여러 회사가 10위권내에 몰려 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대우의 구조조정은 국내 재벌 그룹들이 전문 업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현대-대우-삼성-LG-SK(3월말 기준)로 나타나는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더이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이훈 기자 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