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가 행진이 거듭되고 있다. 소비자물가ㆍ생산자물가ㆍ수입물가 등 각종 물가 지표가 매달 기록 경신에 나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원자재 값 급등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 폭등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록적인 고물가 행진=물가 지표가 온통 빨간불이다. 이제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5월 수입물가 상승률만 보더라도 1년 전에 비해 45%에 육박, 10년2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은 무려 28년 만에 최고치인 83.6%나 폭등했다. 또 5월 생산자물가는 11.6% 상승하며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고 5월 소비자물가도 7년여 만에 최대인 4.9%나 급등하며 5%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마치 높이뛰기 기록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살인적인 고물가 행진은 무엇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수입물가 상승률을 보면 원유 값이 전월 대비 21.0%나 급등한 것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 13.2%, 천연인산칼슘 43.8%, 무연탄 35.2%, 경유 19.8% 등 석유제품과 광산품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이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원자재 값 상승분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3%에 달해 물가상승의 주원인은 유가”라며 “국제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어서 앞으로 수입물가는 물론 소비자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율상승이 물가불안 주범=특히 이번 수입물가 중 눈에 띄는 부분이 환율효과다. 한은은 5월 수입물가 상승률이 44.6%로 환율변동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는 27.6% 상승했다고 밝혔다. 즉 수입물가 상승률 중 환율효과가 17.0%포인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비중으로 따지면 38.1%에 달한 것이다. 이는 원유효과(20.2%포인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에 미치는 환율 영향력이 예상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3ㆍ4월만 해도 20~30% 수준이었던 환율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5월 평균 환율은 1,038원21전으로 4월(987원24전)에 비해서는 9.9%, 전년 동기(927원39전)에 비해서는 10.7%나 절하됐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상승이 수출 증가의 주원인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심각한 소비자들의 물가고통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당연히 환율을 하향안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