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타임] 달러약세, 좋은 것만 아니다

제임스 플래니건 최근 들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달러가 약세를 띄자 미국 기업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화학, 자동차 등의 제조업체 경영자들은 그 동안 달러화가 고평가돼 있다며 불만이 많았다. 달러화 고평가로 인해 자신들이 다른 나라의 경쟁업체들보다 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 왔으며, 협력업체로부터 비싸게 부품을 구입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달러 약세는 이 같은 미국 기업들의 불리함을 제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달러가치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 미국경제에 좋지 않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고평가뿐만 아니라 저평가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는 뜨겁거나 차가워도, 또 온도의 변화가 너무 심해도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하고 안정적인 달러다. 실제 많은 미국인은 환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율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 기업의 경영뿐만 아니라 일자리, 개인의 삶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외국과의 직ㆍ간접적인 교역을 통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화학업체의 현 주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화학 업체들은 연간 4,6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수출이나 현지 생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절반 가량이 해외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들은 환율변동에 크게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 달러화 가치가 10% 오를 때마다 화학제품의 매출이 1~3% 줄어든다는 미국 화학산업협회 경제학자인 케빈 스위프트의 말은 그 연관성을 짐작케 한다. 또 미 최대 화학 회사인 듀퐁의 기업설명 담당 임원인 앤 구아티에리는 지난 2년간 달러가 유로화 대비 30% 가량 그 가치가 절상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이와 같이 지난 수년간 달러화 가치가 고평가 됨으로써 큰 손해를 봤으며, 최근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자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염두에 두어야 것은 미국의 주가가 그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본때문이란 점이다. 만약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미국증시에서 투하됐던 달러를 엔화로 바꿀 것이다. 이럴 경우 뉴욕증시의 주가는 급락하고, 주가급락은 또다시 달러화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오늘날 각국 중앙 은행들이 1조달러 가량을 대외 지불 준비용으로 확보하고 있어, 달러화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도 달러화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달러화 하락에 대한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너무 높아질 경우 달러화 급락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유로당 91~96센트 정도의 환율이 미국 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해서 가장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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