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로드아일랜드에서 실시한 연설에서 "연내 어느 시점에 금리를 올리겠다"며 늦어도 하반기 중 출구전략 실행 가능성을 밝히면서 속도와 보폭, 파급 효과에 전 세계 경제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0~0.25%인 기준금리가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2월부터 0.25%포인트씩의 점진적으로 올라 내년 3·4분기에는 1.50%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기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지뢰'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이를 감안하지 않고 출구전략이 강행될 경우 주식 및 채권 시장의 대혼란과 경기회복 지연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연준이 금리 전망에 얽매여 특정한 금리조정 일정(time table)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연내 금리인상을 못 박은 옐런 의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즉 옐런 의장에 대해 경기와 시장상황을 보면서 보다 유연하게 출구전략 시기를 조율하라는 고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견제 발언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환기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을 위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경쟁적인 금리인하로 인해 넘쳐나는 시중의 투자자금이 세계 주식·채권·부동산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출구전략을 서두르면 자칫 자산시장의 연쇄적인 파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대표도 1994년의 채권 붕괴 위기 사례를 거론하며 급격한 금리인상이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 등 실물지표를 볼 때 아직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봐도 연준은 2.0%를 목표치로 정하고 있으나 블룸버그가 이달 14~22일 70여개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물가상승률(설문 중간값 기준)은 이르면 내년도 1·4분기에서나 2%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올해 2·4분기 중 5.40%에서 내년 2·4분기 5.00%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같은 고용지표 개선이 실질적인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AP통신은 연초 분석을 통해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은 주로 저임금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는 데 기인하고 있어 실질적인 가계소득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만큼 내수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옐런 의장이 "고용과 물가가 우리(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 때까지 통화정책 강화(기준금리 인상)를 늦춘다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 만큼 현재로서는 금리인상을 더이상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시나리오는 9월 인상설이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9월16~17일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부진 등의 지표를 감안할 때 12월로 첫 인상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골드만삭스는 22일에도 "연준이 기준금리(funds rate)를 9월까지 0% 가까이 유지할 것"이라고 재차 진단했다. 기업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앞서 지난달 11일 미국 방송 CNBC가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기업 최고재무담당임원(CFO) 5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4.4%가 올해 10~12월 중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3·4분기 중 금리인상을 기대한 응답도 17%에 이르렀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실물경제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신흥국 자산시장에서의 대대적인 자산이탈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아울러 독일·스웨덴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주요국 국채에 몰린 자금들도 대거 이탈해 채권시장 거품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통화시장의 불균형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가 내년 하반기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QE)를 지속하겠다고 밝혀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달러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탓이다. 달러화 강세는 아울러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를 심화할 수 있어 현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성장 및 투자 둔화가 초래될 수 있다.
다만 연준도 이 같은 금융시장의 사정을 주목하면서 정책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과도하게 분열적(disruptive)이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