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세돌이 두었으니

제1보(1∼20)<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 BC카드배 결승5번기 제4국>



하루도 쉴 틈이 없다. 제3국을 치른 바로 다음 날 제4국이 열렸다. 이세돌과 구리는 28세 동갑. 한창 기운이 좋을 연령이니 쉴 틈이 없다고 두덜거리지도 않는다. 제3국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구리지만 원래 그런 일로 내상을 입지 않는 체질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태연하고 무심해 보였다. 도리어 이세돌이 어딘지 겸연쩍어 보이는 기색이다. 제3국에서 이긴 소감을 기자들 앞에서 말할 때도 그러했다. "이기긴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바둑이어서 기쁘다는 말은 할 수가 없네요. 어찌 되었든 앞서 달리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 봐야지요."(이세돌) 다시 흑백이 바뀌어 이세돌의 백번이다. 쌍방이 포석을 미리 궁리했는지 서반의 진행은 무척 빨랐다. 척척 펼치는 포석을 보니 백10까지는 제2국의 복사판이다. 흑11부터 달라졌다. 제2국에서는 참고도1의 흑1로 씌워 백15까지의 형태가 등장했었는데 그 바둑을 구리가 패한 바 있다. 흑17은 백이 20의 자리에 끊을 수는 없다고 본 수순인데 이세돌은 백18을 교두보로 삼아 백20으로 우지끈 끊어 버렸다. "잘 안된다는 것인데요."(홍성지8단) "그을쎄. 이세돌이 두었으니 무슨 연구가 있었겠지."(박지은9단) 홍성지는 사이버오로의 생중계를 맡았고 한국 최초의 여류9단 박지은은 타이젬의 생중계를 맡았다. 백20은 끊으려면 지금이 기회일 것이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5가 놓인 후에는 끊을 타이밍이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