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패션 1번가' 명동상권, 사양화 가속

명동상권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주요고객층인 전문직 여성들의 퇴조와 함께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오렌지족들이 주요 타깃인 압구정동과는 달리 명동은 전문직 여성들이 고객의 주류를 형성해왔는데 IMF 이후 이들 전문직 여성이 정리해고, 명예퇴직 1순위에 오르면서 수요가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MD컨설팅 등 이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층 기준 전체 1천여개의 점포가운데 브랜드 철수후 임대가 나가지 않아 비어있는 곳은 약 15% 정도인 150개에 달한다. 임대료는 IMF 체제 이전보다 30∼50% 떨어졌고 수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은 사라진지 오래다. 명동에 6개의 여성의류 매장을 보유하고 있던 D사는 10월들어 일부 매장을 철수시킨 것을 비롯 K제화업체, H, K, S의류업체 등 대형 패션업체도 1개 정도의 점포만을 남겨둔채 명동을 떴다. 예전에는 각 업체의 명동 매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안테나 숍'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명동매장을 고수해왔었다. 그러나 현재 명동에서 성업중인 곳은 중저가의 보세의류매장이나 임대가 나가지 않고 있는 가게를 임시행사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땡처리업체 뿐이다. 최근에는 평당 5만∼6만원을 받고 하루 단위로 매장을 빌려주는 `일수매장'이나 수익금의 20%를 떼주는 `일세매장'이라는 가게가 5∼6곳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명동을 찾는 10대∼20대 젊은 여성 고객들도 가두좌판이나 행사매장을 기웃거릴 뿐 유명 브랜드숍이나 패션몰을 드나드는 사람은 손에 꼽을만큼 적다. IMF 상황에서 가벼운 옷차림을 선호하거나 입고 있던 옷을 대충 수선해 입으려는 소비패턴의 변화추세도 이같은 명동상권의 시장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MD컨설팅 李宰熺사장(50)은 "패션가게를 대신해 음식점들이 대거 입점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체 매장의 20%까지 점유하고 있을 정도"라면서 "임대료가 싸 새로 들어온 업체도 수익률이 예상외로 떨어지자 1∼2개월만에 금방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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