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지배구조 순환형서 수직형으로 재편

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20.6% 매각 나서<br>지주사 체제 전환 착수 여부엔 신중한 입장<br>경영권 지장 없어… 3세승계 가속화 전망도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20.64%) 매각 작업에 돌입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상징인 순환출자가 1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게 되면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형 고리가 끊어져 수직형 구조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14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4%를 매각하기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주관사 선장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지분 매각 방법으로는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해 제3자에게 매각 ▦기업공개(IPO)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에 매각 ▦자사주 매입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매각 금액은 1조원대로 추산된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순환출자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삼성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착수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일정과 방법은 확정된 게 없다"면서 "현재 지주사 전환 등의 문제는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려면 지주회사가 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 등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상장사 기준)을 보유해야 돼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시 삼성은 쇄신안에서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 받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 측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이재용 사장이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고 우호 지분이 절반을 넘어 삼성에버랜드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구조는 삼성카드가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와 삼성전기ㆍ제일모직이 각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이다. 결국 이재용 사장과 우호지분을 합쳐 50%를 넘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순환출자 고리가 수직형 구조로 변경되는 만큼 삼성그룹 지배의 정점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사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 승계와 계열 분리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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