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여야 정치권이 환심을 사기 위해 반시장적 포퓰리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분양원가 공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움직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지난해 6월 정치권 전체를 논란 속으로 몰고 갔던 이슈다. 당시 논란은 공공택지에 분양되는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원가연동제)를 실시하고 25.7평 초과 중대형은 분양가ㆍ채권 병행입찰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아파트 가격이 진정되지 않자 정치권은 보다 강경한 대책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21일 공공건설주택의 원가를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개’가 아니라 ‘공시’라는 표현을 쓴 것은 업자들에 대해 법적인 책임까지 지우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민간주택의 경우에는 공공택지 개발에 참여한 경우에 한해 택지 관련 원가만 공시하도록 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아직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지만 현행보다 공개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안병엽 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장은 “공공기관이 개발해놓은 택지 위에 민간이 주택을 건설할 경우 택지조성 원가를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여야간 치열한 논쟁도, 여권 내부의 혼란도 훨씬 줄어들었다. 반대론자들의 논리였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정치권이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아달라는 여론의 강력한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다가 지난해 12월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법안 통과과정도 시끄러웠지만 시행도 해보기 전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돼 정책일관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당은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종부세 납부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종부세법 입법과정에서 조세저항을 우려해 적용대상을 완화시킨 당시 우리당 지도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지난해 논의과정에서 정부는 종부세 부과대상을 20만가구 정도로 하자는 안을 제출했지만 당에서는 이를 6만가구 정도로 줄이자는 방안을 주장해 결국 당의 안이 수용됐다. 그런데 이를 다시 당초 정부안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종부세 논의 당시 이중과세 문제, 시행상의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입법 자체를 반대했었다. 그러나 21일 발표한 대책에는 종부세를 개인별 과세에서 세대별 과세로 제도를 바꾸자는 안이 들어 있다.
이혜훈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은 “지난해에는 종부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시행 준비가 안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빌딩이나 전답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부과대상이 아닌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을 내놓는 등 포퓰리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렇게 공격하는 분들이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며 “왜 반시장적인지 논리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몰아붙여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