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美 경기침체와 한국경제

지난해 봄 처음 불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이제는 전세계 실물경제까지 옥죄는 형국이다. 당초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 위기는 모기지업체들을 일차 희생양으로 만들더니 파생상품인 모기지 관련 증권을 거래하던 투자은행ㆍ상업은행은 물론 이를 보증한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 업체들까지 초토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이들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과 주택에 대한 가압류가 늘면서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대규모의 재정투자와 연쇄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의 파국을 면해보려 애쓰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이러한 ‘서브프라임 악령’은 드디어 국경을 넘어 유럽은 물론 일본과 아시아 경제권까지 그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 위기는 아시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키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더니 마침내 성장의 대부분을 대미 수출에 의존해온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실물경제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하던 7%가 아니라 4%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자본주의는 19세기 탄생 후 주기적인 경기순환의 악몽에 시달려왔다.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지향하지만 5년, 10년, 20년 또는 50년마다 반복되는 경기의 상승과 하락의 순환적 변동으로 참가자들을 때로는 환호하게 또 때로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게 했다. 2차대전 후에도 비록 케인지언 통화주의자들에 의해 재정확대와 통화량 조절을 통한 경기조절 방법이 개발되긴 했지만 자본주의적 경기순환의 본질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의 경기변동은 금융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것과 다르다. 기존의 경기순환은 생산과 소비 등 실물부문의 팽창과 수축에 의존했지만 현대의 경기순환은 대부분 금융부문에 의해 촉발되고 또 그것과 철저히 연결돼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는 이 같은 현대자본주의의 특징을 잘 반영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후 10년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국 경제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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