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진보·보수라는 말, 더이상 안통한다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br>(앨빈 토플러ㆍ하이디 토플러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원제: Creating a New Civilization)는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진단하고 옛 정치 질서가 어떻게 몰락해가고 있는지 분석한 앨빈 토플러 부부의 본격적인 정치학 지침서다. 저자들은 "매우 빠른 변화, 일반 대중의 각성, 그리고 극심한 사회 갈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점에 정치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위한 새로운 틀"이라며 '21세기식 접근법'을 제시한다.

대표적 미래학자인 토플러 부부가 다른 분야도 아닌 정치에 대해 이 같은 저서를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들은 우리가 알던 기존 정치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했을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90년대 초중반, 미국의 정치계엔 혼란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 당시 좌파로 분류되던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반대하기 위해 우파로 분류되는 보수 논객 팻 뷰캐넌과 연합전선을 펼쳤다. 또 성공한 기업가의 이미지를 앞세워 대통령에 출마, 열풍을 일으킨 로스 페로는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United We Stand)' 운동을 주도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토플러 부부는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정치의 이동'을 주제로 한 책을 집필하며, 기존의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도발적인 제안을 내놓아 당시 미국 정치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새 정치에 대한 갈망만 커갈 뿐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우리 정치계에 이 책은 시간을 뛰어넘어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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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과거에 통용되던 정치적 분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이제 '우파'니 '좌파'니 하는 말, '진보주의''보수주의' 같은 수사도 예전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며 "'정치의 이동'이라는 테제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는 한, 이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저자들은 "대부분의 정치적 리더들은 외부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거나, 위기 상황이 심각해져 그대로 두었다가는 폭력적 혁명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기 전에는 결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결국 변화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하고, 신기하고, 놀랍고, 급진적인 것들 앞에서 서둘러 생각을 닫아버리지 않도록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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