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이러다 보니 재산 증식을 위한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물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변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재테크 전략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개가 걷힌 후에 앞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보험시장도 달라졌다. 지난 8월말부터 생명보험 상품을 팔던 설계사들이 손해보험 상품을 팔고, 손해보험을 팔던 설계사들이 생명보험 상품도 팔 수 있는 교차판매가 시작됐다. 생ㆍ손보 상품을 한 곳에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층 편리해졌지만 해약을 권고 받거나 상품내용을 제대로 설명 받지 못하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보험에 가입할 때 어느 회사, 어떤 상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에 흔들리지 말라=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성이 커지자 전문가들의 예측도 계속 빗나가고 있다. 유가ㆍ금리ㆍ환율 등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망치를 벗어나기 일쑤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제는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계속 오를 듯 했지만, 유가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안정기미를 보이자 경기회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환율도 급등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급등락이 반복되는 격변기 때는 장기적인 추세 예측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미세조정에 그쳐야 한다. ◇단기 고금리 상품을 활용해야=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이 고금리 상품에 투자할 적기다. 최근 시중금리는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지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안정적인 이자를 주는 상품을 선호한다면 특판예금이나 정기예금, 고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방법이다. 그래도 주식시장의 투자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여유자산의 일부는 MMFㆍCMA 등 고금리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뒀다가 기회를 잡으면 된다. ◇장기 투자한다면 분할 매수할 때=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추세가 가파르다.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주식시장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우량주들이 동반 하락한 지금 상황은 장기투자자들이 분할매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때는 ‘거치식 투자’보다는 금액과 매수시기를 분산하는 ‘적립식 투자’를 통해 현재 시점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고, 투자 성과를 높이는 전략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립식 펀드는 짧아도 3년은 넘어야 한다. 적립식 투자를 통해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입 직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다가 만기 때 고점을 기록하는 경우다. 한번에 목돈을 넣는 거치식 펀드는 가입시점보다 만기 때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바로 손실로 연결되지만, 적립식 펀드는 투자기간에 주가가 낮을수록 만기 때 수익률이 높아진다. 물론 만기 때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손실이 많다면 수비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투자할 자금을 들고 있다면 하락장세가 기회가 되겠지만, 기존 투자로 많은 평가손실이 난 상황이라면 위기다. 펀드 투자는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바꿔줄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투자한 펀드가 특정 지역이나 일부 펀드에 집중된 경우다. 이런 경우는 일부를 환매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또 투자자금이 당장 필요한 돈이거나 회복 자체가 불가능한 펀드라면 손실 폭을 정해놓고 반등할 때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격적 성향이라면 ELSㆍELD를 활용하라=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는데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만약 자신이 공격적 투자 성향이라면 주가연계증권(ELS) 또는 주가연계예금(ELD)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최근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건부 원금보전형 주가연계 금융상품의 투자조건도 개선됐다. 가령 1~3년 만기 조기상환형 ELS 상품은 주가지수가 일정 조건에 맞으면 연 15~20%의 금리를 제공하고, 주가지수가 40~50%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도 보전할 수 있다. 이밖에 다양한 구조화 상품이 많아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관심을 갖고 살펴볼 만 하다. ◇보험상품은 보험사ㆍ보장내용 꼼꼼히 따져라=보험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을 동시에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가입자들은 보다 더 꼼꼼하게 보험상품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설계사가 생손보 모두 판매가 가능하게 된 만큼 자신이 가입하려는 상품이 어느 회사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생보와 손보상품은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생명보험 상품은 제한이 없지만, 손해보험의 저축성 상품은 보험기간은 15년, 사망보험금은 1인당 2억원으로 제한된다. 보장개시일도 생명보험 상품은 1회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시작되지만, 손해보험 상품은 보험기간의 첫날 오후 4시부터다. 생명보험은 가입 후 알릴 의무가 없지만, 손해보험 상품은 계약 체결 후 직업이나 직무가 바뀌는 경우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또 중복가입 했을 때 생보사는 보장금액을 회사별로 모두 지급하지만, 손보상품은 손해액을 손보사끼리 나눠서 분담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