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평] '실전 신바람 경영'

『모두가 제비새끼였다.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먹여주지 않으면 굶어죽는 것이 제비새끼다. 넓은 세상에 나가 일감을 물어올 생각은 안하고 발주처에서 주는 물량만 받아 먹는데 급급했다.』박운서 LG상사 부회장은 저서 「실전 신바람 경영」(한국경제신문사펴냄)에서 우리 기업의 구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는 경제기획원, 상공부, 통상산업부 등을 거친 엘리트 관료출신 경영인. 지난 95년 통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나 지난해까지 한국중공업 사장을 지냈다. 공기업 경영을 맡으면서 느낀 울분과 좌절, 희망찾기를 책 한권으로 엮어냈다. 관료출신 경영인의 후일담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경제 실패에 대한 보고서」다. 朴부회장은 통산부 차관 시절,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기자 국가위기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경제가 왜 거꾸러질 수 밖에 없었는지, 한국중공업이란 공기업을 통해 재조명한다. 공구 하나 사는데도 24개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결재 시스템, 멀쩡한 비품을 내다버리는 원가의식, 의심과 불만으로 가득찬 노동조합, 화합은 커녕 동료와 상관을 비방하는 투서질에만 열중하는 간부들. 지난해초 한국중공업 사장에서 물러난 뒤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우리 현실에 대한 울분과 걱정을 참지 못해 펜을 들었다는 게 집필동기다. 물론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희망찬 미래를 희구하는 필자의 남다른 애정이 역설적으로 진하게 깔려있다. 당초 「망해봐야 안다」는 제목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여러 이유(?)로 방향을 틀었다는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강성 노동조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영인이라면 필독서다. 한국중공업 노조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사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투쟁역사」를 가진 조직으로 이름높다. 임원들을 이틀간 버스 안에 감금하는가 하면 사장을 굴삭기 삽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등 무용담이 대단하다. 필자는 경영인이 노조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실전 체험을 들어 설명한다. 죽기살기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기업과 종업원들이 거듭나야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웅변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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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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