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4월18일 오전5시12분, 샌프란시스코. 새벽을 찢는 굉음이 도시를 덮었다. 먼저 교회의 종소리가 저절로 요란스레 울리더니 건물과 굴뚝이 흔들렸다. 대지진의 1파는 도심을 거세게 휘젓는 정도였으나 곧바로 들이닥친 2파는 도시시설물의 98%를 무너뜨렸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무너진 건물에서 피어 오른 먼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샌프란시스코 명물인 시내 전차의 철로가 엿가락처럼 휘었다. 공동묘지의 묘석마저 넘어졌다. 세 차례의 강력한 지진파가 할퀴고 간 뒤에는 화마(火魔)가 찾아왔다. 파열된 가스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로 시작된 화재는 사흘간 건물 2만8,000동을 불태웠다. 시민 40만명 중 28만명이 집을 잃고 수만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추계는 최소 498명에서 최대 3,000여명. 보험사들이 추정한 재산 피해액은 2억3,500만달러(요즘 가치 227억달러)에 달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재앙에 주저앉지 않았다. 대지진 이후 14개월 동안 153회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복구에 힘을 쏟았다. 이탈리아계 이민 1.5세로 지방은행을 경영하던 A P 지아니니는 은행이 무너지자 드럼통에 널빤지를 얹어 책상을 만들고 복구자금 대출에 나서 최고 은행가로 부상하는 기반을 닦았다. 자동차 산업도 지진 덕을 봤다. 구조작업에 동원된 자동차 200여대가 종횡무진 활약하며 차의 신뢰도와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일소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기 등장에 따른 조명용 등유 수요 감소로 고민하던 석유업자들까지 휘발유라는 새로운 시장을 얻었다. 문제는 대지진 이후 잠잠하던 태평양 단층대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 샌프란시스코는 1989년과 1994년에도 큰 지진을 겪었다. 예전에 버금가는 대지진이 머지않았다는 예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