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마음 졸이며 키운 장애인 아들이 낭비를 일삼자 이를 훈계하려다 흉기로 아들을 찔려 죽게 한 70대 노모에게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모정(母情) 앞에서 법이 관용을 베푼 셈이다.
대구지법 형사3단독 한재봉 판사는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71)씨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장애 아들을 둔 운명 때문에 평생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서 남몰래 눈물을 삼키며 살아왔고 비록 스스로 아들을 죽였지만 피고인 역시 아들의 죽음으로 누구보다도 큰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은 또 다른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또 “법률적으로 피고인을 가해자로, 망인을 피해자로 구분 지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지만 50년간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헌신해왔고 아들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다가 이 사건이 발생했으며 숨진 아들의 아내가 관대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왜소증을 앓고 있던 50대 아들이 갚을 능력도 없이 자동차 2대를 할부로 구입한 뒤 처분해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낭비가 심한 생활을 계속하자 ‘더 이상 아들의 낭비벽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며 찾아가 다그치던 중 홧김에 자신이 들고 있던 흉기에 아들이 찔려 숨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