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 새주인 현대냐 포철이냐/인수의사에 정부 “저울질” 본격화

◎정치부담 맞물려 조속매듭 가능성/현대 “자금력” 포철 “특혜 무풍” 이점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로선 한보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매듭지어야 하는 정치일정상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제3자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며 현대와 포철 외에는 적당한 후보가 없다는데 재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철강재 공급과잉 우려를 이유로 현대그룹의 일관제철 사업을 가로막아 왔으나 현대가 한보를 인수할 경우 증설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공급과잉 논리를 스스로 허물지 않고 현대의 신규진입을 허용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게다가 현대그룹이면 정부의 커다란 지원 없이도 한보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은행단의 부담도 홀가분해진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그룹측은 『현대가 추진하려는 제철사업은 고로방식에 의한 제철공법이며 미니밀을 포함한 전기로공법은 우리가 추진코자 하는 공법과는 다른 것』이고 『코렉스 공법 또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공법』이란 이유를 들어 한보철강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가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뺌하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현대가 한보철강을 인수하기 위해 내세우는 가장 큰 전제조건은 당진제철소에 용광로 건설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현대는 한보철강이 추진해온 코렉스 방식의 생산시설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렉스방식에 의한 열연강판의 원가가 톤당 평균 16만원 정도로 용광로방식의 11만4천원보다 훨씬 높은데다 제품의 품질은 오히려 용광로보다 떨어지는 등 경쟁이 안되기 때문. 현대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인수할 경우 코렉스를 포기하고 연산 6백만∼8백만톤 규모의 용광로로 바꾸겠다는 것은 이같은 포철과의 경쟁을 의식하면서 자동차, 중공업 등 고급판재를 원하는 계열사의 수요에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당진제철소의 전기로는 해체시켜 인천제철 인천공장으로 옮기고 인천공장 노후설비는 동남아 등 외국에 넘기겠다는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조정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는 특히 당진제철소 인근 정태수한보총회장의 땅으로 추정되는 배후부지를 매입, 고로 및 열연라인을 증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포항제철도 실무진 차원에서 한보철강 인수 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철은 삼미특수강을 떠안게 돼 자금부담이 만만찮고 중복투자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아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나 열연강판(핫코일) 등 주요 철강재의 가격인상이 「보장」된다면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보철강을 포철에 넘길 경우 상대적으로 특혜시비가 일 소지가 줄어들고 경제력집중에 대한 부담도 덜어지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포철인수가 더 매력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철강제품가격 인상은 원자재값 상승을 부추겨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포철의 요구를 선뜻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는 또 정부가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 포철의 제품가격 결정에 대한 개입을 부인해온 사실에 비추어 공개적으로 추진키도 어렵다. 그렇다고 포철에 무조건 떠넘길 경우 포철마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그 또한 어렵다. 결국 누가 한보철강의 새 주인이 되느냐는 정부가 한보철강 처리에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3자 인수가 다음 정권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정부가 한보철강을 장기간 포철에 위탁경영시킬지, 아니면 결단을 내려 인수를 조기에 마무리할지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문주용·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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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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