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 제안을 전격 철회했다. 삼성전자는 22일 이윤우 부회장 명의로 샌디스크 경영진에 서한을 보내 지난달 공개한 주당 26달러 인수 제안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부회장은 이 서한에서 “지난 6개월간 삼성은 우호적인 합병 협상을 위해 노력했으나 샌디스크의 거부로 협상에 진전이 없어 인수 제안을 철회한다”며 “인수 제안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가 가격을 낮춰 추가 제안을 하지는 않겠지만 샌디스크 측에서 제안이 오면 재협상할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인수포기’가 아닌 ‘주당 26달러 인수 제안에 대한 철회’”라며 서한에 담긴 말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주문했다. ◇“주당 26달러는 너무 비싸다”=문제는 역시 가격이었다. 이 부회장은 “샌디스크는 3ㆍ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며 “삼성 주주들을 우선 고려할 때 더 이상 주당 26달러로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샌디스크 측에 이 회사의 주식 2억2,500만주를 주당 26달러(총 58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개 제안했지만 샌디스크는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금액”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후 샌디스크가 3ㆍ4분기 실적발표에서 대규모 적자(영업손실 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14달러 선까지 하락하자 삼성도 ‘이제는 더 낮은 가격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서한에서 “만약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샌디스크 주주들은 충분한 가치를 제공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바냐, 삼성이냐” 줄타기에 쐐기=삼성의 이날 서한에는 샌디스크가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도시바를 끌어들이는 등의 ‘줄타기’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불쾌감도 내재돼 있다. 이 부회장은 “도시바와의 성급한 합작관계 재협상 등이 샌디스크의 전반적 리스크 증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샌디스크는 지난 20일 합작 파트너인 도시바에 일본 내 합작법인의 생산설비 30%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삼성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샌디스크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삼성의 경쟁자인 도시바에 손을 내밀어 1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한 셈인데, 이런 ‘부정적 변수’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샌디스크의 매각의지가 관건=삼성은 그러면서도 샌디스크 인수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여전히 양사 합병이 우월한 글로벌 브랜드, 강력한 기술 플랫폼, 규모와 리소스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가격 문제가 해결되면 삼성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을 갑작스레 넘겨받은 샌디스크는 “삼성은 지난달 인수 제안 이후 전혀 접촉해오지 않았다”며 “삼성 인수 제안 철회의 진짜 동기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샌디스크 측은 이어 “현재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속할 것이다. 이사회는 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고려한 인수합병에 항상 열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