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인 듯한 형국이다. 위험프리미엄이 뛰어 기업들의 자금차입도 어려워지고 있다. 헤지펀드, 주식시장 등으로 몰리던 자금은 채권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타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뉴욕주가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2,000포인트를 찍은 뒤 뒷걸음질치더니 아직껏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꿈의 지수’ 운운하며 추가상승을 자신하던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고금리로 금융부실문제 점차 드러나
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파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소 위안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이다. 반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업종도 광범위하다. 미국의 주택시장을 비롯해 사모펀드ㆍ헤지펀드ㆍ투자은행은 물론 보험사들도 연쇄충격을 받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은 미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 등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도 염려스런 대목이다. 지난 한달간 서브프라임 때문에 차질을 빚은 금융거래가 6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위험스러운 대출은 기피하려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신용도가 약한 기업들은 대출이나 회사채발행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는 5년만기 5억달러규모의 해외채권발행을 무기연기했다. 서브프라임 문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파산스왑 프리미엄이 뛰어 조달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세계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기업인수합병(M&A) 열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서브프라임사태는 부실금융이 고금리시대를 맞아 불거진 후유증이다.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한계를 맞아 빚어진 결과인 것이다. 사실 2000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크고 작은 혼란을 겪었으면서도 그 충격이 단기간에 그쳤던 것은 미국 등 G7(선진7개국)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저금리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다시 말해 막대한 돈의 힘이 끌어올렸던 셈이다. 금리가 싸다 보니 빚을 내 빚을 갚는 일도 흔히 있었다. 그러나 금리가 계속 뛰면서 이제는 빚을 내 빚을 갚을 수 없게 됐고 결국 서브프라임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젠 저금리로 인한 후유증이 좀 더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경기속도와 과잉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미국은 2004년 1.0%였던 연방 기준금리를 현재 5.25%까지 올렸다. 우리도 미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콜금리목표를 인상한 한국은행은 하반기 또 한차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6월달에 넓은 의미에서의 유동성은 사상최대인 1,950조원에 달했다. 정부와 한은은 어떻게든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단기 외화차입을 차단하고 외화대출을 규제하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시중자금은 조이게 되면 빚을 내 집이나 주식을 산 사람들은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빚내 집사고 주식투자하는 일 자제해야
고금리ㆍ긴축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를 근자에 보기 드문 위기라고 진단한다. 이 같은 진단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이 매력있는 투자상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빚을 내 투자하면 금리부담도 부담이지만 조급증때문에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빚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축소해야 한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격언을 새겨야 한다. 지금은 아무래도 한템포 쉬어가는 여유와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