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0 신년기획] 특별인터뷰 -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한국 IT산업, 남과 다른 길 개척해야 더 큰 도약"

폴 제이콥스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축하하는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의 친필 서명.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퀄컴 본사에는 회사측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목록을 새겨 놓은 '특허의 벽(patent wall)'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비즈니스를 할 때는 항상 남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른 사고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남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 개척의 출발점입니다." 모바일 칩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퀄컴사의 폴 제이콥스(47) 회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본사에서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한국경제와 정보기술(IT) 산업이 최고 경쟁력을 갖추는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콥스 회장은 그 예로 이동통신 기술인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를 들었다. 제이콥스 회장은 "지난 1990년대 초 다른 업체들이 TDMA(시분할 다중 접속) 기술을 개발할 때 퀄컴은 CDMA에 집중함으로써 세계 표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0년 통신시장의 변화와 관련해 그는 "중국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컴퓨팅이 활성화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들도 데이터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혁신적인 단말기와 서비스 개발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추진하는 연구개발(R&D) 센터 설립과 관련해서는 "내년 1ㆍ4분기 전후해서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독자기술 집중… 특허등 지재권 강화 필요
신흥시장 겨냥 데이터 단말기·서비스 개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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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R&D센터 설립 투자계획 1분기께 발표
파트너사에서 받는 로열티는 기술로 보답할것
-서울경제신문은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아 연중 캠페인으로 '서울경제 50년, 한국경제 50년'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경제와 IT산업이 더 큰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언을 한다면. ▦지난 20여년간의 협력 경험을 통해 볼 때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대단히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며 제품 제조와 특정 기술 개발에 힘써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다. 퀄컴은 한국기업과 정부가 자국을 위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하고 그 기술들이 세계적인 것이 되길 바랬던 시기를 함께 보냈다. -퀄컴은 전체 수입의 35%를 로열티 수입에서 얻을 정도로 특허 부분이 매우 강하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려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소견은. ▦좋은 특허들을 얻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한 마디로 '남들이 다 하고 있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퀄컴은 지난 90년대초 다른 기업들이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때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연구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를 맞이 할 수 있었다. 다른 기업들이 뒤늦게 다들 CDMA 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할 때 퀄컴은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접속(OFDMAㆍ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과 다중입출력기술(MIMOㆍMultiple-Input Multiple-Output) 등 차별적인 네트워크 운영 방법에 대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다. 퀄컴은 1991년에 이미 인터넷 기능을 휴대폰에 접목시켰으며 그 이후로 줄곧 휴대폰의 데이터 성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남다른 성장을 가져온 핵심 요인이다. 통신시장에서 남들이 모두 '음성'을 논할 때 퀄컴은 '데이터'에 주목했다. 항상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사고를 통해 그들이 어떤 점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루오션 개척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올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부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퀄컴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퀄컴 또한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제품 주문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저성장 상태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이 많은 직원들을 해고했지만 퀄컴은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연봉과 신규 고용을 동결하고 모든 직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힘쓰자고 독려했다. 이를 통해 퀄컴은 위기 상황을 잘 이겨냈다. 위기 대처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매우 유연한 방침을 세우고, 상황을 재빨리 변화시키는 것이다. 퀄컴은 내부적으로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다'라고 못박지 않고, 어떠한 계획이든 따르려고 한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가 실효성이 없거나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면 다른 여러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퀄컴은 25년간 통신시장에서 기술주도권과 산업혁신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퀄컴은 새로운 여러 무선기술과 칩셋을 출시해 왔으며 앞으로도 매우 빠르게 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한해 동안 여러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700여종의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았고 이는 전년대비 400여종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단말기가 출시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퀄컴의 혁신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퀄컴이 파트너들과 함께 일궈낸 혁신의 결과다. -올해 통신 시장에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확대되면서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용량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스마트폰이 개발될 것이며 모바일 컴퓨팅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인도와 중국의 성장에서 보듯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신흥 시장을 겨냥해 단순히 음성을 지원하는 낮은 기능의 단말기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개발이 활발해 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다른 미국 기업들과 특허 분쟁에 휩싸였을때 퀄컴이 한국 기업들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월하게 CDMA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은 퀄컴의 변함없는 목표이다. 계약협상 과정에서 크로스 라이선스에 대한 논의 또한 함께 병행해 왔다. 퀄컴은 CDMA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고객과 기업들이 과도한 로열티를 내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발명에 대해서라도 추가 로열티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퀄컴의 라이선스 전략이다. '어느 정도의 대가만 지불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퀄컴의 변함없는 철학이다. 퀄컴의 파트너들은 친구나 마찬가지이다. 친구가 힘들 땐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친구들도 늘 퀄컴을 도와주곤 한다. -앞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면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나. ▦퀄컴은 파트너 기업들을 믿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그들의 원천기술 투자를 살펴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한 기업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퀄컴의 한국내 R&D투자 계획은.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다. 투자 과정이 이미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고 1ㆍ4분기 혹은 그 비슷한 시점에 발표를 할 예정이다. R&D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2,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겼다. 이에 대한 대응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직 공식 명령서를 전달 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관련 세부 사항에 관해서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 따라서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퀄컴이 받은 혐의 가운데 일부는 CDMA상용화 초기에 한국정부와 협의한 내용이다. 따라서 당시 협의한 내용이 현 시점에 와서는 왜 법에 위배되는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공정위의 결심에 대해 항소할 방침이다. 이 사안은 법정에서 논의될 것이며 법정에서 우리 입장을 변호할 것이다. -한국정치권 등에서 퀄컴의 로열티가 높다는 주장을 자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열티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바라보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연구개발을 하는 기업이다. 이로써 많은 기업들이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을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연구개발을 하고 이를 파트너사들에게 전파한다. 우리가 로열티를 통해 받는 비용의 굉장히 많은, 상당한 비용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런 투자가 한국 파트너사들이 더욱더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파트너사들이 지불하는 로열티에 대해 퀄컴은 기술로서 보답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순환구조가 멈춘다면 휴대폰 가격은 다소 내려갈 수 있겠지만 휴대폰은 일반 공산품처럼 범용화될 것이다. 한국 기업과 퀄컴의 파트너십이 여러 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모두에게 성공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팬택계열의 로열티 미수금을 지분으로 출자전환했다. 장기적으로 팬택에 투자할 계획인가. ▦팬택을 돕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팬택은 좋은 파트너이며 혁신적인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다. 전에도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을 위해 유사한 투자를 한 적이 있다. 대만 HTC에 투자한 바 전례가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파트너사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파트너사들의 사업이 향상되고, 향상된 사업은 우리가 투자한 데 대한 수익창출 기회를 가져다 준다. 팬택은 더이상의 추가적인 투자 요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본다.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2005년 CEO 선임… '모바일 칩셋' 세계최강 이끌어


창업자 아들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
개인적 보유 특허만도 35~39개 달해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부친인 어윈 제이콥스 퀄컴 창업자의 아들 네 명 중 셋째로 유일하게 퀄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제이콥스 회장은 버클리대 기계공학 학사ㆍ석사ㆍ박사학위를 받은 후 프랑스 툴루즈의 프랑스 정부 연구소에서 1년간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지난 1990년 휴대폰 디지털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팀을 담당하는 개발 엔지니어로 퀄컴에 입사하며 퀄컴 모바일 기술개발에 참여했다. 1995년 소비자제품 담당부서(QCP)와 CDMA테크놀로지(QCT)로 나뉜 단말기ㆍ통합회로담당 부서 부사장과 수석부사장, 1997년 QCP 사장, 2001년 퀄컴 무선인터넷그룹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 퀄컴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임명됐으며 2009년 3월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퀄컴은 1985년 제이콥스 회장의 아버지인 어윈 제이콥스가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후 모바일 칩셋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글로벌 리딩 IT기업으로 2009년 매출액은 12조원에 달한다. 전체 수입의 60%는 칩셋에서, 35%는 특허 등 라이선스에서 나온다. 특히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은 30%를 넘어 업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매출의 30%를 한국에서 올릴 정도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퀄컴은 보유한 특허만 6만여개에 달할 정도로 특허 분야의 절대강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본사를 비롯해 주요 건물에는 각종 특허가 빼곡하게 전시된 '특허의 벽(patent wall)'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제이콥스 회장 자신도 상당수의 특허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유한 특허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35~39개 정도"라면서 "단말기 디자인, 보이스코딩, 보이스인식 시스템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퀄컴은 2003년부터 해마다 국내 이공계 대학생 25명을 미국 본사로 초청해 최첨단 통신기술을 체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제이콥스 회장은 학생들의 발표행사를 직접 참관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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