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교대 작업해도 공급달려
[희망 2001] 현장 (2) 삼성전자 기흥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
경기도 기흥과 화성에 걸쳐 70만평 규모에 조성된 삼성전자 기흥공장.
겉모습은 새해의 들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공장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3교대로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가동시키는 1만7,000여명의 직원들. 1년 동안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이들은 매일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50억원을 벌어들인다.
그야말로 '황금의 손'이다. 특히 2~5라인에서 비메모리(시스템LSI) 반도체 생산을 맡은 사람들은 새해 남다른 기대와 희망으로 넘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삼성의 주력제품인 D램가격이 폭락, 올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비메모리는 오히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출은 매달 5%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목표는 25억달러. 지난해보다 38.9%나 늘어난 것이다.
수익성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25%의 이익률을 올렸다. 민정기 시스템LSI사업부 전략기획담당 부장은 "세계적인 비메모리 업체인 NEC나 히타치도 10~15%의 이익밖에 내지 못한다"며 이 라인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이익을 많이 낸 만큼 직원들의 마음도 풍성하다. 성과급으로 500만~1,000만원을 기대하는 직원들이 많다. 한 연구원은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30%의 인력을 줄이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기억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대표적인 비메모리 제품인 LCD구동칩은 없어서 못팔 정도. LCD가 휴대폰, PC 등에 채용되면서 부품 공급이 달린다. 올해도 20% 이상 수요가 늘어날 예상돼 지난해 말부터 각 라인에 대한 생산성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형규 시스템LSI 대표는 "2002년에는 LCD구동칩ㆍ스마트카드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며 부푼 꿈을 밝혔다. 메모리로 집중된 삼성의 수익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다.
공장 한 쪽에서는 정적을 깨는 굴삭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지난해 10월부터 비메모리 전용공장이 2002년 초 가동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올해만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공장이 만들어지면 비메모리 매출이 50억달러로 증가, 전체 반도체매출의 30%를 올리게 된다. 올해는 비메모리 연구개발(R&D)센터도 조성된다.
올해 기흥공장 직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고졸 직원들을 위한 '반도체 공과대학'이 설립된다. 입사 3년째를 맞은 공고 출신의 김모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 이제 일하는 분야와 연관된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새해를 희망으로 맞고있다.
기흥공장 간부급 이상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임 대표는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공과대학 설립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조영주기자